직업 자체를 목표로 한다면…
“신부님,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왜요?”
“안정적이잖아요. 방학도 있고요.”
이렇게 말하는 주일학교 교사에게 저는 “절대로 학교 선생님이 되지 말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런 삶의 방향 없이 교사가 되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나의 신앙과 인생관과 가치관을 후학들에게 가르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 동량이 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교사가 된다면 교사가 되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죽는 순간까지 그 사명을 수행하며 살아가겠지만, 단지 교사가 되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한다면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참 스승이 되기 어렵습니다.
친구 중 하나는 어릴 때부터의 소원대로 의사가 되었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무척 힘들어합니다. 잔뜩 인상 쓴 환자들과 매일 씨름해야 하고, 너무 바쁘기 때문에 자기가 번 돈을 써 볼 기회도 없이 가족들을 위한 돈벌이 기계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이 내 손을 거쳐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껴보라”고 충고해 주었지만 본래부터 그런 마음 없이 의사가 되는 것에만 마음을 두었기 때문에 뒤늦게 자기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는 성직자나 수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영혼도 구하고, 남의 영혼도 구하기 위해 사제직을 선택한 사람은 사제서품을 받기 전부터 하느님 품에 안기는 순간까지 자기 영혼도 구하고 남의 영혼도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사제직 자체를 목표로 한 사람들은 사제서품을 받더라도 장상에 대한 불만과 신자들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습니다. 수도자들도 수도 생활을 통해 하느님과 일치하려는 목표가 아니라 수도자가 되는 것 자체에만 목표를 두었던 경우, 수도 생활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교우들과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하느님을 만나기보다 교우들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하시더군요.
주변을 잘 살펴보면 이런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기를 원하고,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고, 법조인이 되기를 원하고,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지만 아무런 비전도 없고, 준비도 없고, 열정도 없고, 책임감도 없이 ‘그냥’ 되고 싶은 욕망뿐입니다. 마치 세 살 먹은 어린아이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고 노래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드러날 차이
요즘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목표에 대해 물어보면 가수나 백댄서, 연예인 등의 근시안적인 대답을 합니다. 이렇게나마 대답을 하는 학생들은 그나마 낫고,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학교와 학원만 다니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습니다.
청년들에게 물어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 그 부모님들께 똑같은 질문을 해도 비슷할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아무런 목표도 희망도 없이 사니까 자녀들도 보고 배우는 것이죠.
여러분이 지금 갑자기 죽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 번 생의 기회가 주어진대도 지금처럼 살겠다고 하겠습니까? 생을 마친 인간은 하느님 앞에 서게 됩니다. “저는 주님과 일치하기 위해 일생을 노력했습니다”라고 기쁘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 목적에 따라 올바르게 자기 인생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올바른 신앙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기 인생의 목적을 알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들을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하느님께 은총을 구하며 성실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내가 올바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늘 성찰하며 방향이 조금씩 비뚤어질 때마다 회개하며 방향을 수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에도 그 삶의 자세에 있어서 크게 차이를 드러내지만 하느님 앞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내 인생이 앞으로 한 달 남았다면, 그 한 달을 어떻게 살겠습니까? 일 년이라면, 십 년이라면, 삼십 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주님의 기도를 통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기’를 기도했으면서 실제로는 그 나라가 오기를 기다리지도 바라지도 않는 사람들은 주인이 더디 오려니 생각했다가 갑자기 주인을 맞게 된 종처럼 될 것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