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라고 한다. 그렇다. 그 속에 가슴을 졸이는 명승부도 있고 인간 승리의 드라마도 있다. 환희의 승리도 눈물의 석패도 있다. 경기장의 감동이 그대로 보는 이의 가슴까지 적시는 것이 올림픽의 묘미다. 전 세계인들은 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숨죽여 지켜보며 열광했다. 승패를 떠나 지구촌 대축제의 장이었다.
2012년 런던에서 날아온 승전보는 찜통더위 여름밤을 식히는 청량제 같았다.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들 모두 잘 싸웠다. 특히 한국 축구의 쾌거는 정말 자랑스럽다.
올림픽이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주는 감동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 날을 위해 4년 동안 선수들이 흘린 땀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가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후회 없는 승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바친 그 노력과 시간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감동이 시간이 지나도 진하게 남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메달 소식은 온 국민들의 시름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강한 파괴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가 국민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놀랍다.
필자는 올림픽과 종교에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규칙과 절제, 겸손, 자기희생 등이 그것이다.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다. 그 규칙에 어긋난 사람들은 시합 자체에 나설 수도 없지만 설혹 메달을 땄다고 하더라도 박탈된다. 믿음의 길에도 규칙이 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명과 계명을 지켜나가는 것이 참 신앙인의 자세이다. 신앙정신은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순명과 계명을 제외하고 설명이 불가능하다. 스포츠 정신이 룰에 충실하듯이 말이다.
절제와 자기희생은 우리 삶의 기본자세이다. 어떠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토대이다. 올림픽에도 접목된다. 값진 승리를 거두기 위해 선수들이 바친 땀과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른 이들에게 ‘독종’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명절도, 주말도, 휴가도 반납하고 훈련에만 매달렸단 메달리스트들의 일화는 유명하다.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을 바르게 믿고 따르기 위해, 하느님을 모르는 이웃들에게 주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주님께 바치는 노력과 열정이 절실하다.
겸손도 중요한 덕목이다. 아무리 경기력에서 뛰어난 선수라도 인격적인 문제가 있다면 관중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한다. 자신보다는 팀을, 함께한 동료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때 관중들은 진정한 스포츠인이라고 칭송할 것이다. 믿음의 길도 겸손해야 한다. 신앙인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이웃에게 희생과 나눔을 실천한다면 하느님을 모르는 이웃들은 그들을 보고 주님의 참사랑을 체험할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인이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금메달을 좋아하지만 은메달과 동메달 그리고 그 이후의 순위도 값지다. 최소한 올림픽에 나올 실력과 그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분명 다르다. 하느님께서는 각자에게 다른 환경과 재능을 선물하셨다. 신앙의 경기방식, 승리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가톨릭을 대표하는 신앙선수들이다. 올 한 해 신앙의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그리고 그 이후 순위 신자들도 생길 것이다. 올해 못했다고 낙심하지 말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신앙도 결코 각자가 흘린 땀과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다. 땀과 노력의 결실에 대한 확신을 갖고 오로지 하느님 나라 건설과 복음 전파를 위해 예수님처럼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나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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