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부지방은 여름가뭄에 뒤이어 겨울가뭄에 목말라하고 있다. 안동댐의 수위가 29%에도 못미치고 있다. 내년 봄농사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가뭄은 총체적 대표적 재앙이다 이스라엘민족의 출애굽을 거부한 이집트 백성에게 내린 열가지 재앙 중 첫째 재앙이 바로 물을 피로 바뀌게 한 것이다. 요즘말로하면 카드뮴과 시안같은 중금속이 함유된 물의 재앙이다. 상황이 이런대도 사람들은 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당연하게 생각하는것, 무서운 전염병이다. 당연시하는 태도는 부도덕한 자본주의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공기, 물, 태양, 전기, 땅, 쌀 등을 당연시 할때 낭비와 배은망덕이 늘 따라다닌다. 모든 공해와 오염은 물 한방울, 숨 한숨, 땅 한뙤기 쌀 한톨마저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가 한 해의 끝에 서서 반성하고 회개한다는 것은 삶을 다시 받아 들이고 감사하고, 일상의 당연함에서 벗어나서 과거의 삶을 존중하며, 앞으로 성취해야 할 삶의 과제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지난해는「세계 가정의 해」였지만 얼룩진 한 해였다. 공자의「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다시 음미해 봐야 되지 않을까? 가정은 생명의 요람이며 뿌리이다. 가정을 지키는 것은 이 우주를 지키는 것처럼 엄숙한 사명이다. 가족, 노인, 태아, 장애인, 어린이를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사회적인 유용성의 이유때문에 그 존엄이 박탈되어서는 안된다. 한 해의 끝의 의미는 가족관계를 갱신하고 추억의 사진첩을 들여다 보며 한솥밥의 친교를 나누는 것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것보다 더 절망케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살림」과「죽임」의 양 문화속에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모든 목숨 피붙이는 살려야 한다.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죽이는 것은 큰 죄악이다. 우리시대의 잘못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대가로 문명의 편리함에 중독되어있다는 것이다.
살림,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독촉장이다. 살려야 한다. 우리가 마시는 물과 땅과 공기도, 농민도, 근로청소년과 젊은 실업자도 모두 다 살려야 한다. 이 우주와 더불어 모든 피조물이 다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이 거룩하기 때문이다. 끝이 좋아야 한다는 말은 주신 은혜에 고마움을 나눈다는 것이며 당연시 여기는 모든 생명체들에 대해서 화해를 청하는 해맞이로써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관용의 새해에도 복된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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