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 국제화, 세계화 등의 낱말들이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가간의 내왕은 그만큼 빈번해졌고 국가간 정보ㆍ통신의 교환도 많아졌다.
국가간의 외교관계도 그만큼 더 복잡하게 확대되었고, 국가간의 경제적 교류도 점점 증가되어 왔다. 바야흐로 세계나 지구는 점점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앞의 낱말들은 바로 이러한 추세를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도 이미 그러한 추세 속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추세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도 활동하고 경쟁하는 단위는 국가라는 점이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물론 많이 있지만 그들의 활동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이다. 모든 나라들은 자기나라의 국가이익을 증대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세계화의 추세속에서 국가간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와 우리민족이 이러한 냉혹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통일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냉전체제의 붕괴를 통일을 이룩하는데 유리한 국제적 상황이 형성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우리는 한반도에 얽혀있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현명하게 헤쳐나가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위하여 세계를 무대로 뛰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발전전략은 그동안에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통일을 이룩하고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세계화의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새로운 것도 아니라 세계화는 이미 시작되어 진행되어 왔고 우리는 거기에 나름대로 대처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세계화의 추세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할 준비를 갖추자는 뜻에서 세계화를 강조한다면 그것은 금상첨화라고 볼수 있다.
그런데도 세계화의 구호를 들으면서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아직까지는 정치적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점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정치적 구호로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없다면 그것은 결국 구호에 그치고 말게 될 것이다. 세계화가 어디 말로만 떠들어서 될 일인가? 또한 세계를 무대로 뛰기 위해서는 먼저 나라안의 살림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집 살림을 억망으로 남겨 놓은채 밖에 나아가서 마음 놓고 열심히 뛸수 있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사람을 마구 죽이고, 다리가 무너지고,비행기가 떨어지고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세금을 떼어 먹고, 환경이 썩어가고, 패를 지어 싸움만을 일삼고, 나라안의 사람이 이래가지고 어떻게 세계의 무대로 진출할수가 있겠는가?
우리 사회의 이런 어두운 면들이 모두 정부의 책임이라고 돌릴 생각은 없다.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모두가 책임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은 부인할수 없다. 혹 나라 안의 이러한 치부로부터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세계화를 내세운다면 이것은 참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수 없다.
국가의 목표가 아무리 호화찬란해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일에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다면 그것은 한갖 꿈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고하기 위해서는 그 목표가 대다수 국민의 합의에 기초를 둔 것이어야 한다. 국민적인 합의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국내 정치에 있어서 민주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민주화는 국민들의 손으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고 문민정부가 섰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계속 추구해 나가야 할 이상인 것이다. 지방자치는 물론 정당, 회사, 가족 등 생활의 작은 단위에 이르기까지 민주적인 절차와 생활방식이 실현될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세계화의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우리는 그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나라안의 살림을 가다듬고 세계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그것을 실천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오늘날 외쳐지고 있는 세계화의 구호가 자꾸만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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