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따스했던 지난 성탄절. 예년처럼 우리는 철거 지역에서 야외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행당 2동 화왕 2-1 재개발 지구. 벌써 철거가 90% 가까이 이루어진 곳이다.
가난한 세입자 1백9세대가 임시거주시설을 짓기 위해 터를 닦아 놓은 자리에서 미사는 봉헌되었다
구청의 반대에 부딪쳐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이 지역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곳곳에서 모인 신자들 3백여 명과 주민 2백여 명이 모여 야외 미사 치고는 제법 성황을 이뤘던 그 자리는 그 흔한 구유 장식도 없는 채로였으나 성탄 미사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가난한 이들이 철거의 위협을 받고 있으나 스스로 노력하여 새로운 희망을 일구어 가고 있는 그 자리 자체가 구세주께서 탄생하신 가난한 구유였다. 제1부는 주교님의 공소 방문과 경과보고, 제2부가 성탄대축일 낮미사, 제3부가 주민 한마당으로 진행된 이 자리는 본시 오랜 동안 이 지역에서 활동해온 시자 활동가들과 세입자 대책위원회 이원들의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그들의 임시 거주시설이 무사히 지어져서 재개발 이후에도 서로 돕는 공동체로 살고자 노력하는 가난한 주민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는 절박한 지향이 그 미사엔 있었다. 아무튼 미사는 성황리에 끝나고 비신자들이 더 많았던 주민들 역시 감탄할만한 조직적인 준비로 미사 후에 참석자 모두에게 떡국을 대접하고는 파장 뒤에 주민들만의 흥겨운 노래 자랑 대회로 마무리되었다.
가난한 이들 가운데도 가난하게 오신 구세주를 경배하는 그 미사에서 우리는 성탄의 은총이 집 없는 이들과 쫒겨난 이들에게 풍성히 내려서 제발 쫒겨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구세주께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주시기를 간절히 빌었다. 성모님 태중에 계셨던 예수님께서도 머무를 방이 없으셨다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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