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맴맴….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죔죔거리는 아가의 단풍잎 같은 손에, 부채질하는 할머니의 주름진 이마에 매미의 합창이 내리고 있다. 칠 년 동안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자라던 땅속 애벌레가 껍질을 벗고 나와 어른이 된 매미는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저리도 우렁차게 노래한다. 사람에게 겨우 한 철 아우성이지만 매미에겐 온 생을 노래하는 환희의 합창인 것이다.
매미가 날개를 부비는 느티나무 아래 한여름 꿈을 노래하는 또 한 생명이 있다. 뿌리에서 무더기로 나와 벌어진 잎 사이에 길게 뻗은 줄기가 연보랏빛 꽃을 차례로 달고 있는 비비추다. 봉오리가 활짝 펴지면 금방이라도 그 가늘고 긴 대궁에서 연보랏빛 꽃들이 비비추, 비비추 종소리를 울릴 듯하다. 연보랏빛 종소리는 이내 꽃의 마법을 거는 주문이 된다. 비비추 비비추 비비디 바비디 부(Bibbidi Bobbidi Boo)…. 신데렐라의 호박을 금빛 마차로, 누더기 옷을 눈부신 드레스로 바꾸던 마법의 주문이 한여름 나무 그늘 아래 비비추 꽃 사이에서 피어나는 게다.
열흘 남짓한 목숨을 가진 매미나, 한 철 피어 보랏빛 종을 흔들어 대는 비비추에게는 순간의 생이 온 생이다. 그들의 환희의 송가를 들을 때 여름내 잊었던 소망을 끄집어내어 눈앞에 펼쳐낼 주문 하나쯤은 걸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린 아가를 어르는 할머니, 까르륵거리는 젖먹이 아가, 온 생을 노래하는 매미, 보랏빛 종을 흔들어대는 비비추. 그리고 이 모두를 바라보는 나. 그런데 소망을 바라는 이 모든 생명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이 아닌가. 내 생명은 나의 것이 아니다. 한 분이신 창조주께서 주신 귀한 선물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의 주문을 걸어본다.
‘내 뜻대로 마시옵고 주님 뜻대로 하소서. 비비디 바비디 부.’
참으로 괜찮은 주문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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