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이다. 노래는 선율과 가사로 표기되고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가 일치될 때 비로소 좋은 성가가 된다고 하겠다.
우리 교회는 1986년에 통일 가톨릭성가집(5백28곡 수록)을 간행한바 있다. 그러나 여러 성가집에서 선곡하는데 중점을 둔 탓인지 어색하고 격에 맞지 않는 가사가 수정없이 그대로 출판되어 유감스럽다. 성가는 기도문인 가사가 먼저 나오고 그 가사의 강약, 음절 등을 감안하여 곡을 붙이는 것이 상식이다. 가톨릭성가집에 수록된 곡의 85% 이상이 옛날부터 외국에서 전래된 곡이어서 라틴어나 영어, 독일어, 불어 가사가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문제는 전례음악에 관한 전문가가 없던 시기에 잘못 붙여진 가사를 더이상 알고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지존하신 하느님을 부르는데 「너는」또는 「네가」로 되어 있어서 그런 성가를 부를 때마다 불경한 생각이 든다. 또한 원어를 직역하여 음표에 대입하다 보니 노래할 때의 강약(强弱)과 가사의 강약과 장단이 안 맞아 이른바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식의 곡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느님께 바치는 성가를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어색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성가라면 선교 3백주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과감히 시정되어 마땅하다.
우리나라 성가, 특히 고 이문근 신부님이 작곡하고 최민순 신부님이 작사한 곳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성가 283번 순교자 찬가(원제: 복자 찬가)같은 곡이 그러하다.
가사가 잘못 붙여진 예를 한곡 들어 보기로 한다.
보기의 곡은 3박자로 된 성가이다. 따라서「강약약」으로 부르는 곡인데 액센트가 들어가는 음표와 중요 단어가 일치되지 않아 원뜻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음표를 묶는 최소단위인 마디를 기준으로 보면 즉, 면병/과포도/주 함께/… 이렇게 되어 있어서 누가 보고 듣든지 면병/과(果)포도/주(主) 함께/…로 오해하게 되어 있다. 원 뜻은 분명히 면병과/포도주/함-께/…일 것이다. 그래서 곡과 가사를 보기 2에서와 같이 일치시켜 보았다.
그 다음 문제는 호칭문제이다. 라틴어에는 TU(뚜)라는 2인칭이 있는데 영어의 YOU(유)와는 좀 다른 호칭을 직역하다보니 하느님이나 성모님을 이웃집 아이 부르듯 『너는』 또는 『네가』하는 넌센스가 생긴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언어문화 차이라고도 보겠는데 아주 친근한 사이에서 격의 없이 쓰던 호격(呼格)이 우리말 가사에 직역돼서는 곤란한 일이다.
성가 253번 「네 머리를 꾸미오리」라든가 성가503번 「생명의 양식」에서 『네게 구하오니… 너를 경애하는』등은 마땅히 고쳐져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면『주께 구하오니… 주를 경애하는…』으로 하면 글자 수도 같고 좋지않은가?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전례문의 수정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기회에 성가집 가사도 손을 보았으면 한다.
끝으로 가톨릭복음성가집에 수록된 곡 중 통일 가톨릭성가집과 곡, 화음, 가사가 달라 혼란이 있는 것도 통일 되었으면 한다. 두 권 모두 교회인가를 받은 성가집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