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참으로 침착했다. 집이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그 안에서 잠자던 가족이 처참하게 죽고 먹을 양식과 당장 마실 물이 없는 상황속에서도 그들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TV화면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피도 눈물도 인정도 메말라버린 냉혈한들을 보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그만큼 그들은 아비규환의 폐허속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비록 NHK방송이 선정적(煽情的)인 보도를 지양하고 이성적인 보도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업진 않지만, 어쨌든 위급하고 참혹한 상황속에서도 참고 질서를 지키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일본인들의 높은 문화수준은 재확인된 셈이다.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 아닌가, 많은이들이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월 17일 새벽 5시 46분부터 간사이(關西)지방을 강타한 지진은 일주일이 지난 23일현재 사망자 5천5명, 실종자 1백12명, 부상자 2만6천명, 건물피해 5만2천여동에 이재민 30만명이라는 간또(關東)대지진이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이재민들은 고베(新戶)시내 각급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 수용돼 추위와 배고픔의 이중고(二重苦)를 겪고있는데 지진피해자중에는 재일동포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바로 이처럼 엄청난 재난을 당한 일본에 우리나라가 21일 생수ㆍ라면ㆍ취사도구ㆍ모포 등 구호품 1차분 80t을 급송한 것은 대단히 잘한 일이다. 우리로서는 간또 대지진의 희생과 광복50주년을 맞으며 구권(舊怨)이 완전 청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을 돕는 것이 참으로 인도주의적이고 인류애적인 발로가 아닐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1월 마지막주일은 우리 교회의 제5회 사회복지주일이다. 이날의 제정목적은 국내외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사랑을 전하려는데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모금된 복지주일 2차 헌금이 6억3천만원, 해외원조 후원금 8억여원에 8월부터 불과 4개월만에 르완다돕기 특별모금에 14억원 등 한해에 28억여원이 모금돼 아프리카ㆍ아시아ㆍ중남미 등지에 지원해준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것은 우리 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완전 탈바꿈했음을 의미한다. 또 그것은 우리의 사랑실천이 지역ㆍ국가ㆍ민족의 테두리를 벗어나 인류전체를 한가족으로 받아들이는데까지 성숙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금 대지진의 피해자들인 일본인들을 우리 교회가 앞장서 도와야할 이유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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