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인 견지에서 볼때에 여러분 중에 지혜로운 사람, 유력한 사람, 또는 가문이 좋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습니까?』사도 바오로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귀절이다.
고린토가 어떤 도시었던가? 아테네, 스파르타와 더불어 번영했던 고대 그리스의 항구도시가 아니었던가? 화려하기로 유명한 고린토의 건축양식을 보아도 당시 유행의 첨단을 걸었던 고린토의 번영상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당연히, 부유한 사람들도 제법 많았을 그 고린토에서 사도 바오로가 우선적으로 선택해서 복음을 전한 사람들은 가난한 이들이었다. 심지어 그들과 똑같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밤낮으로 수고하며』『손발이 부르트도록』노동하며 복음을 전했던 사도 바오로였다. 누구 못지않게 유식했던 바울로가 부유하고 유식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오늘날, 고대의 고린토 못지 않게 번성하고 있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3백만이 넘는 가난한 이들은 「이방인」취급을 받고 있다. 그들은 배운게 부족해서 교양이 없다고 멸시받고, 가진게 없어서 게으르다고 무시당한다. 이런 가난한 이들의 현장을 체험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해마다 끊이지 않지만, 정작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다고 투신하는 이들은 없다. 중국이나 아프리카나 러시아에 가소 고생하는 것은 거창한 선교로 보이지만 가난한 이들을 위해 고생하는 것은 선교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민족들의 발전」을 가르친 교황 바오로 6세는 가난한 이들이 보편적이고 전인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분명한 선교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가 바오로 사도의 이름을 딴 교황청이라서였을까. 가난한 이들의 전정한 복음화를 위해서는 사도 바오로가 다시 나타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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