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4일. 사도 바오로의 개종 축일을 하루 앞두고 우리는 정기총회를 열었다. 매년 총회때마다 입법운동의 추진이며 도시공소의 설립 이같은 다양한 안건들이 논의되어 왔지만 올총회에서는 조금 특이한 안건이 상정되었다. 이름하여, 「바오로 계획」이다. 스스로도 천막 만드는 노동을 하여 복음을 전하던 사도 바오로가 몇몇 동료들과 함께 소아시아 각지를 찾아 다니며 작은 공동체들을 건설했던 그 전통을 오늘날의 가난한 이들 안에서 계승하자는 취지다. 이렇듯 정책적이고 의도적으로 선택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도리가 없다는 형편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사실 가난한 이들이 사는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은 너무나 지쳐 있다. 자신은 빈민이 아니면서도 오로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신 예수님을 따라 나선다고 딴에는 큰 결심을 하고 현장에 들어와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가난하게 살면서 그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 왔지만, 사회에서 푸대접 받는 가난한 이들의 형편처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 역시 본당이나 교구에서 푸대접받기는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가난한 이들보다 더 가난한 빈민 활동가들도 적어도 자기들이 신앙을 배웠던 교회에 대해서 만큼은 인정도 받고 싶고 격려도 받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거친 정글에서 생존해야 하는 사람처럼 빈민사목의 활동가들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한다. 후원금도 알아서 모아야 하고 주민들한테도 신뢰를 받아야 하며 지역본당이나 신자들과의 접촉도 나름대로 신경써야 하고 일하고 쉬는 것도 전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치는데 정작 이를 돕겠다고 들어오는 후배들은 끊어진지 오래다. 늘어만 가는 가난한 이들의 한숨과 시름은 그칠 줄 모르는데 정작 이들을 위해 일 할 사람은 생겨나질 않는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사도 바오로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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