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에 오는 학생 중 4학년의 한 여자 아이가 어느날『수녀님, 제 얼굴 좀 봐주세요. 제 얼굴이요 결혼하고도 딴 남자하고 만날 얼굴이예요?』아이는 망설임없이 이렇게 물었다. 아이의 할머니가 그러셨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엄마와 아빠는 이혼하였고 아빠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가끔 집에 온단다. 그래서 두 남매를 기르시는 할머니는 며느리에 대한 화와 당신의 분노를 손녀딸에게 혹독한 말로 퍼붓는 것이다. 「미련하고 눈치도 없는 아이」, 이런 말을 계속 들으면서 자신감이 없어지니 친구도 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에게 더 큰 두려움은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빠도 영영 오시지 않는 날에 자기는 고아원에 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수녀님, 5학년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뒤로 가고 싶어요!』이「뒤」라는 말은 그래도 엄마, 아빠가 함께있던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이의 절규였다. 아이는 미래가 두려운 것이다.
무력한 어린아이들은 부모들의 불안정한 틈바구니속에서 더 가혹한 고통을 겪는다. 아빠의 불안정이 엄마에게 가해지고 엄마의 불안정이 자녀들에게 가해진다.
보통으로는 가족이라는 고유의 연대감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화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정의 연대마저 파괴된 아이들은 근본적은 안정감을 잃기 때문에 아주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어린 아이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이나 앞서 말한 아이의 경우, 또는 가정의 불안과 억압, 아동학대나 여성학대의 분위기 안에 갇혀 있는 아이 등 악순환되는 깊은 병을 안고 살아가다. 어떤 아이는 대단히 거칠고 파괴적으로, 어떤 아이는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아픔을 서서히 드러낸다.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개별적으로 인정받을때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자꾸만 자꾸만 뒤로 가고 싶은 아이들이 주변에는 많다. 아이들이 앞을 보고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