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시들지 않는 영혼의 큰 꽃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고 배문한 신부님의 유고집 「꿈보다 현실이 아름답다」이다.
마치 신부님의 육성을 듣는 것 같았으며 평소 나의 경직된 마음을 마구 흔들어 새롭게 하시려는듯한 어떤 힘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사실 나는 생전의 신부님을 뵌적이 없으며 강론을 들은 적도 없다. 다만 신문지상에서 신앙인의 자세를 일러주실때 마다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을 뿐이다.
신부님의 유고집에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친절이 배어있다.
죽음 이후의 영원한 삶에 대해 「건강한 태아가 탄생 이후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듯이 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야 죽어서 영원한 삶을 예견할 수 있다」는 말씀은, 죽지 않고서야 어찌 그다음을 알수 있는가 하는 보통의 의혹을 정리해 주고 있다.
밀알 하나의 의미는 잘알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바뀌나? 하는 염려를 「착한 사람들의 희생은 또 다른 착한 사람들을 세상에 배출해 낼 것입니다」라는 한마디의 언급으로 마음을 들뜨게 하고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신앙인의 삶은 「알기 때문에 달라지는 삶」이며 「십자가는 방에 걸어만 놓으라고 있는 것이 아리라 등에 지라고 있는 것이다」라고 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내삶을 힘껏 안아 보고픈 충동을 느꼈다.
좌에 관한 부분에서 「환자가 의사를 겁내면 바보이듯 죄인이 예수님을 멀리하는 것도 바보짓」이라고 하는 명확한 비유에는 책장을 쉽게 넘길수가 없었다.
기복적인 신앙인이 되지 말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배를 탄 사람이 섬에 밧줄을 매고 힘껏 당기면 배가 섬으로 끌려가듯 기도를 하면 할수록 하느님의 뜻과 가까워지고 하느님 원하시는 쪽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말씀은 들어보지 못했다.
지난해 어지러운 시회를 살신성인의 모습으로 숙연케했던 신부님의 선종은 갑작스러운 것이었지만 이 유고집을 보면서 그일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책에 신부님의 서문이나 맺음말이 없는것이 사뭇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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