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우리보다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난 박신부님 영전에 진심으로 조의를 표하며,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 하느님의 크신 위로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우리 동창 신부중 막내 신부야, 우리 모두들 장례 치르고 마지막으로 떠나겠다면 네가 무엇이 그리 급하기에, 아직도 할 일이 태산같은데 어찌 의리도 없이 먼저 세상을 떠났단 말이냐? 날벼락과 같은 네 비보를 듣고 조선 팔도에 흩어져 있던 동창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어찌 이리도 말이 없느냐? 네가 평소에 그렇게도 사랑하던 신자들이 통곡소리를 듣고 있느냐?
동창신부들이 모일 때마다 막내로서 유난히 익살떨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하느님께서는 너무나 많은 재주를 주셨으니 그 재주가 아깝구나. 너는 일찍부터 성령의 뜨거운 사랑을 체험했노라고 밤새워 열변을 토했고, 성음악을 통해서는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릴 줄 아는 멋을 아는 사제가 아이었더냐?
너는 마지막 떠나가는 이 시간에도 우리에게 베푸는 연습을 시켰고, 맺는 연습을 시켜 언제나 신선한 충격을 주었구나.
불과 몇년전 내가 부산에 와 힘없이 투병할 때『형아, 죽지마라. 니는 나보다 오래 살끼다』하며 나를 위로하더니, 이 웬 말이냐? 네가 먼저 떠나다니…
짧게 그리고 굵게 살겠다던 네 생애가 너무나도 훌륭했다. 이제 네 몫을 다 했구나.
주님같이 『다 미쳤다』말 한마디도 없었지만, 네가 못다한 일은 여기 동창신부들에게 맡겨 두려무나. 그간 너무나도 힘겹게 주님을 따른 네 생활을 우리동창신부들도 보았노라. 용하게도 이 세상을 지혜롭게 지내왔구나.
달릴 길을 달려 왔고, 장하고 아름답게 한생을 오롯이 주님께 봉헌한 너에게 승리의 월계관이 빛나리라.
주님을 믿는 이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 가리란 말씀을 굳게 믿고 따른 네가 아니냐?
주여, 세상을 떠난 우리 형제 베네딕도를 받아 주소서. 이제 당신을 섬기려고 새 삶을 맞았으니, 당신 종을 축복해 주시고, 먼길을 떠난 형제를 받아 주소서.
평화와 기쁨이 있는 당신 나라에서 모든 성인들과 함께 즐기게 하소서.
동창 대표 서병섭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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