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중 지난 겨울이었다. 퇴근후에 집에 돌아오니 종합병원에 당신이 꼭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학교 4학년 여학생이 얼굴에 화상을 입었는데 아버지가 39살이며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오다가 갑작스레 중풍으로 누워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니까 엄마는 외동딸과 사랑하는 남편을 버리고 가출해 버렸다는 것이다.
끼니가 걱정된 이 아이는 학교에서 점심때 급식을 하고 있는데 자기는 아이들이 먹다 남은 것을 먹고 자기 몫은 비닐봉지에 담아 아버지를 갖다 드린다는 것이다. 새벽 2시에 아빠가 추워서 못자겠다며 부엌에 나가보라고 하여 어린 딸이 나가보니 연탄불이 꺼져 번개탄을 사올려니 가게문은 닫혔고 해서 부엌에 싸놓은 신문지뭉치를 연탄 구멍에다 넣어 태우다가 깜박 조는 바람에 긴 머리카락에 불이 옮겨붙어 화상을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이 모습을 보고 쇼크로 돌아가시어 쌀 1가마와 연탄을 전달해주며 아이의 장래가 걱정이 되어 이장님과 동네분들을 찾아가 의논을 하였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느님께 기도드리고 내 자식이다 생각하고 보살펴 줄려고 결심하게 되었을 때 서울에서 마음씨 고운 자매님이 친딸처럼 공부도 시키며 잘 키우겠다며 데리고 올라가게 되었다. 사는게 무엇인지 이렇게 고달파서야 하고 시름겨울 때도 있지만 반대로 이거야말로 살맛나는 신나는 일이구나 하고 온세상이 자기를 위해 있는것처럼 느껴질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매월 1만원씩 보내주시는 후원 회원이 33명, 5천원씩 보내주시는 분이27명이 되었다.
이분들은 공무원 선생님 회사원 상업 운수업 막노동을 하고 계시는 분인데 저는 통장입금제를 하지않고 있다. 매월 한번씩이라도 얼굴이라도 보며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기에 27일이면 수금사원처럼 이집 저집을 다니며 후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던중 또다시 가슴 뭉클하고 찡한 일을 겪게 되었다.
자식도 없이 의지할곳 없는 할머니들이 북방 무의탁 마을에 살림을 하고 계시는데 자주 찾아 뵈오며 라면도 사드리고 후원회의 도움을 받아 고기도 사서 천엽도 해드리며 용돈도 드려왔는데 하루는 할머니 한분께서 조용히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서 손을 꼭 잡으며 할머니 사시는 골방으로 들어갔다.
자리밑에서 1만원짜리 10장, 천원짜리 27장, 동전합해서 13만 천원을 손에 쥐어 주면서 하시는 말씀이『나 이제 얼마 살 것 같지가 않아 내가 죽으면 베옷 안 입어도 좋으니 화장하지 말고 주님 품안에 갈수 있도록 공원묘지에다 묻어달라』며 돈을 주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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