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라버니 떠나시던 날
소나무에 내려앉은 눈꽃송이
그리운 눈물되어 새 무덤 적시고
아픈 흐느낌소리 바람이 멀리 실어가네
먼 들판을 휘몰아도는 눈가루
이름모를 새소리 가슴에 스며
평생 명리(名利)를 탐하지 않으시고
곧은 선비의 삶을 살으신
그 고운 모습 눈에 어리네
남겨진 자녀들 밤새워 울음으로
단정한 국화꽃 상여
저승길 밝히는 맑은 요령소리
구슬픈 상두가
마지막 돌아가는 산자락에 그리움은 더하고
타오르는 향불 먼 길 떠나는
발걸음 무겁게 하네
어느해 여름 우리 남매
홍도 흑산도를 돌아
두륜산 계곡에 발을 담그고
소쇄원을 보고 식영정에 올라
정철의 성산별곡을 함께 읊었네
백련, 소치의 그림을 아끼시고 지용의 시를
애송하시던 그 맑은 심성
못난 누이 고달픈 삶에 허덕일 때
가슴아파하시고 위로주시던 큰 사랑
이제 또 어디서 다시 뵈오리
이땅에 생을 받은자 누구나가 가는길
언젠가는 가는 길인줄 알면서도
육친의 질긴 끈을 못내 아쉬워
허허로운 내마음 빈 하늘 흰구름같이
멎을길 없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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