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62세, 천주교문을 두드린지 어언 22년, 무의미한 생활이었다. 이제는 눈을 뜨고 귀 기울여 열심히 뛸 것을 다짐하고 지난해 가을 선교책자 10부를 신청, 나누어 주었다. 다시 1백부를 신청, 지난해 12월 24일전까지 나눠주기로 결심한 바 있었지만 쉬운일은 아니었다. 용기도 부족했고, 기도도 부족했나 보다.
가두 선교 월간지를 몇번 받아 선임 형제자매들의 선교 사례를 읽어보고 용기를 얻고자 했으나 막상 선교책자를 손에 들고 나서면 창피스럽고 부끄러운 생각 때문에 11월말까지 겨우 50부정도 나누어 주었을 뿐이다. 그동안 레지오 단원, 구역회 회원, 큰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분들께 나누어 드렸다.
선배 형제자매들처럼 말재주도 없고 배운 것도 별로 없어서 나누어 줄 때 그저『기쁜 소식입니다. 천주교를 알려 드립니다. 한권씩 받아 보십시오』했다. 이렇게 병원에서 20여부를 돌렸을 때에는 얼마나 기뻤는지…『나도 할 수 있구나, 주님 감사합니다. 성령이 함께해 주시어 용기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병원문을 나설때에는 눈시울 마저 뜨거웠다.
남은 50여부를 내 자신과 약속했던 대로 마저 돌려야 겠다고 마음먹고 토요일 직장에서 퇴근과 동시에 점심도 뒤로한 채 가방에 선교책을 챙겨 넣고 막 집을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처 카타리나와 큰 아들 요한이 어딜가느냐고 물었다. 선교책 나누어 주러 나간다고 했더니, 『아니 아버지는 언제는 개신교 선교사들을 비난하더니 이제는 그들과 같아지려고 그러느냐』하며『창피스럽게 나이도 많은 늙은 사람이 그러지 말라』하며 비웃는 식으로 나에게 면박하는 것이었다.
그만 할말도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다음 토요일은 기어코 내 마음대로 해보리라 마음먹고 또 다짐했다.
때는 왔다. 12월 24일 퇴근과 동시에 가방을 들고 주님께 기도 드렸다. 『주여 나약한 자에게 용기 주십시오. 성령이 함께 하여주십시오』하고 버스에 몸을 싣고 목적지인 동인천역 지하도를 향했다. 가는 도중에 성령이 함께 하여주시고 용기 주십사고 기도만 드렸다.
목적지에 닿아 가방에서 선교책을 꺼내면서도 기도하고, 일어서서도 기도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나서『기쁜 소식입니다. 책 한 권씩 받으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예 여기…』이렇게 숨가쁘게 인사하며 단 10분만에 갖고 간 선교책 50권 전부를 나누어 줄 수 있었다. 또 남았나하고 가방을 뒤져보았으나 분명 전부 돌렸던 것이다. 순간 나의 몸과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고, 벅찬 가슴은 하늘을 날으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 날으고 있었다. 주님은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힘을 주신다는 것을 정말 알게 되었다.
『교형 자매 여러분 용기를 가지십시오 저는 레지오 단원은 아닙니다. 제 처의 협조 단원일 뿐입니다. 누구면 어떻습니까? 평신도 누구라도 하고자 하면 힘과 용기를 주시는 주님이 함께 하고 생활하고 있지 않습니까?』
금년초 또 시작해야 할터인데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아파트 내 구역장이 전교를 같이하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해 왔다. 아니 그렇잖아도 지금 누굴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주님께서 협조자를 보내 주시고 이 얼마나 감사드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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