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어느날 내 가족을 돌보는 일을 하루쯤 미안한 마음으로 남겨두고 꾸르실료 교육에서의 롤료의 망원경을 들고 하루 주님의 발자취를 느끼기 위해 순례의 길에 나섰다.
버스에서 내리니 공기는 정말 맑았다. 신부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 전과는 달리 내 가슴이 아프고 저려옴을 느꼈다. 매 처를 옮기며 기도할때 코 끝이 찡해오며 눈물이 흘러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최양업 신부님의 묘소 순례를 마치고 미사에 참례했다.
이곳 신부님은 강론말씀을 통해『박해시기에 숨어서 믿음을 지키며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죄인아닌 죄인이 되어 허리가 끊어지는 배고품과 지긋지긋한 감옥살이와 참혹한 형틀 그리고 무시무시한 칼날앞에서도 굽힐줄 몰랐던 순교자들의 신앙,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그 인내의 삶이 없었다면 과연 이곳이 있을 수 있었을까? 또한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을까?』하고 말씀하셨다.
그 무명순교자들의 체험담을 들으면서 눈물로 가슴을 적시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단순하게 평가하고 쉽게 말했던 내 모습이 죄스럽고 부끄러웠다.
나를 낮추기 보다는 드러내기를 좋아했고 힘든 것 보다는 편한것을 택했던 나의 오만했던 모습이 보이며 내가 남을 알기보다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며 오늘까지 살았던 내 모습이 저 언덕위에 핀 들국화보다 못했구나! 하는 마음에 내 가슴은 터질 것 같이 답답했다.
점심을 먹고 한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져 남은 곳을 돌아보면서 사진촬영도 했지만 마음이 가볍지가 않았다.
예수부활사의 뒤쪽에 예쁜 단풍이 물들어 있었고 잔디가 너무 좋았다. 망아지처럼 뛰고 큰 대자로 벌렁 누워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을 하늘이 파랗다고 했지만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파란 하늘은 처음 봤으며 구름한점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자존심이란 대체 뭘까?」하고 잠시나마 자존심에 대해 묵상해보았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살기를 염원하며 저 하늘처럼 깨끗한 영혼을 갖고 살기로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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