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을 했던 지난주 월요일, 역으로 가는 길에 서원에 들러 눈에 띄는 책을 한권 골랐다. 소신학교를 다닐때 선물로 받아 지금도 내 책장에 꽂혀있는「천국의 열쇠」를 쓰기도한 A. J. 크로닌의 최근작이라는 이유로 골랐다.「밤의 천사」라는 소설인데 차를 타기만 하면 이내 잠에 곯아 떨어져버리곤 하는 내가 처음으로 쉬지않고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감동적인 글이었다. 그것도 내내 눈시울을 적시면서 읽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크로닌이 소개하는「밤의 천사」들은 두 자매 간호사의 이야기로 응급환자를 맞이한 병실의 밤으로부터 시작된다.
밤, 전염병실에서 간호사인 안나는 간밤에 기관 절개수술을 한 두살난 어린아기의 숨가쁜 생명을 지켜보며 꼬박 밤을 센다. 그리고 새벽무렵, 다음 근무를 맡게된 그의 여동생이 10분 늦게서야 근무교대를 하러 나오지만 안나는 새롭게 간호사 자격증을 따게 될 여동생 루치아를 대견해하며 병실을 나선다. 새벽의 찬 공기를 뚫고 등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안나에게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키고…. 소설의 특성들 대로 반전과 역전이 반복된다. 그런가운데도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희망은 안나의 자기 사명에 대한 신념과 순간순간 보여주는 헌신적인 사명감이다. 또한 후에 등장하는 의사 프레스코트와의 교감 가운데 그들의 생명을 다루는 일에 대한 사명감과 헌신적인 삶의 태도가 얼마나 큰 일을 이뤄내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깊은 밤의 어두움은 여러가지로 주어진다.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을 고집하는 루차아의 모습에서, 동료의 오만한 모습에서, 무엇보다 자신의 사명에 대한 권태에서, 때로는 열악한 환경들의 어두움…. 이러한 어두움 가운데 빛은 더욱 밝게 빛나는 법. 안나는 루치아와 함께 이런 어두움 속에서 더 낮은 곳을 찾아간다.
루치아의 희생 또한 감동적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가게 마련. 루치아는 자신의 부주의로 숨진 갓난 아기에 대한 속죄를 하듯 혼신을 다해 한 어린 아기의 생명을 구해내지만 자신은 정작 전염병에 걸려 희생되고 만다.『이렇게 어둔 밤을 본적이 한번도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또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어. 이제 곧 아침이 될거야』마치 깊이 잠든 아기처럼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우리의 삶 만이 유독 힘들다고 느낄때, 혹은 일상에서 권태를 느낄때, 이 어둔 밤을 지키는 천사들을 생각해내면 좋겠다. 소설「밤의 천사」는 이런 기억을 가능하게 해주는 좋은 글이라 생각된다. 감사와 존경을 크로닌 선생님께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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