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주일 전에 저는 이 세상에서 제일 쩨쩨한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날 저는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있었습니다. 영성체 시간이 되어 제단으로 나가 성체를 모시고 자리로 돌아와 주님과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 생각을 모으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어떤 어른 신자 한 분이 이제 너댓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성체를 모시고 들어 오고 계셨는데 그 아이의 손에도 성체가 들려져 있고, 아이는 성체를 한 입 베어 먹고는 머리를 한 번 좌우로 갸우뚱거리곤 성체의 나머지 조각을 입에 넣으려고 하는 찰라였습니다.
제가 깜짝 놀라서 그 아이의 손에서 성체를 빼앗아 조그만 성체 조각을 제 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 아빠를 쳐다보니 그 아이 아빠는「얘도 영세 받았는데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이상하다는 듯 제 얼굴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린아이는 아직 성체를 모실수 없다고 간단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어린 아이 얼굴을 바라다 보니「웬 세상에 저런 쩨쩨한 사람 이 다 있나!」는 표정이었습니다. 한 입거리도 안되는 조그만 과자를 그것도 반은 내가 먹을 걸 뺏아서 먹다니 하는 표정과 마주하고 있자니 순간 참 난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체 신앙은 말로 가르칠 수 없고, 생각으로 가르칠 수 없다고 느껴집니다. 성체 안에 담긴 신앙의 신비는 각자가 느낌으로 받아드려져야 하고 또 그 느낌을 통해 성체 안에 계신 주님과 일치할때 신앙인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성체안에 담겨진 예수님을 느끼려고 하지 않고 입에서만 맴도는 신앙 고백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듯합니다. 성체안에 계시는 예수님은 살아 계신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은 나를 통해서 이 세상의 역사에 개입하시려고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분의 뜻과는 달리 성체 따로 삶 따로 생각하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성체를 단지 천상의 양식으로만 여기고 지금 이시간의 양식으로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맙니다.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통해서 이 세상의 역사를 주관하시지만 또 성체를 통해서 우리로 하여금 역사의 주인이 되도록 초대해 주셨습니다.
성체에 담겨진 신앙의 신비는 바로 하느님이 나를 통해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시려는 계획입니다.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주일학교 교사로서 그 사건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성체는 이런 우리들에게 양식입니다. 성체와 더불어 교사는 가르치는 힘을 부여받게 됩니다. 아니 더 나아가 성체를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과 하나되고 또 예수님처럼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런 우리들에게서 그분을 뵙고 또 만나게 됩니다.
이제 새롭게 새 학년을 시작하는 자리에서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에 우리 모두 성체와 함께 이 시작의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자 모두 함께 새롭게 시작합시다.
어쨌거나 그날 그 어린 아이가 제게 보낸 그 원망스러운 눈길은 아직도 잊을 수 없으며 저는 그 아이에게 영원히 쩨쩨한 어떤 아저씨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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