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의 일이다. 길에 쓰러져 자는 사람을 보았다. 그 당시는 날씨가 따뜻했지만 곧 추운 겨울이 되면 저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하며 그에게 밥을 먹여줄 수도, 어디로 데려가 보살펴 줄 수도 없는 나 자신의 무능함을 느꼈다.
이런 답답한 심정을 한 친구에게 전했더니 그가 하는 말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 다 그런것 아냐? 네가 그런 사람을 볼때마다 어떤 일을 그들 모두에게 해주기를 바란다면 그건 꿈일 거야』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 대항해 할말이 없었다. 받아들이기에 마음 편한 것은 아니어도 우리들의 현실이므로 「인간의 모든 가능성이 짓이겨 지고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더라도 그것조차 극복해내기 위해 예기치 못한 힘을 발휘하는 것-그것이 바로 기적」이라는 한 소설가의 말을 떠올리며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은 기적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꽃동네 가는 길에 올랐다. 나는 꽃동네에 대한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알아버렸는데 한 아이가 『꽃동네란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꽃을 가꾸며 사는 마을』이 아니냐고 말해 실소를 금치 못했던 것이 생각난다.
자신에 대한 사랑을 키워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 시키는 꽃동네 가족의 마음을 느끼며 행복에 젖을 수 있는 며칠은 꿈처럼 지나갔다. 처음엔 우스웠던 그 말이 지금은 어리석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곳 사람들의 사랑을 생각하면 「사람들 하나하나가 모두 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꽃동네는 단순한 사회 복지 사업기관이 아니다. 이곳은 사랑 실천과 사랑 교육의 장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열린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고 배워갈 수 있는 것이다.
마더 데레사는 UN연설에서 『만약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굶어 죽었다면 이는 하느님이 그를 사랑하시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는 않지만 말만으로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사랑을 느끼지만 해서 무엇하랴. 죽어서 가져갈 수 있다 하여도 가두어 간직하기보다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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