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초여름, 해방촌 본당의 어느 교리실.
우리는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꼭감고「주의 기도」를 외우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머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 었다. 바로 첫영성체 교리에서 수많은 기도문들을 외우는 것이 었다.
주일마다 만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그래도 아버지의 강압적인 손에 이끌려 억지로 성당을 다니던 나, 성당 바로 옆 오락실에서 미사가 끝나길 기다려 교리 시간에만 출석했던 내가, 어느새 영성체를 한다는 설레임으로 꾸준히 첫영성체 교리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던 어느날 수녀님께서, 『성체를 모시는 연습을 하겠어요』하고 말씀하셨다. 우린 모두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기뻐서 성당으로 뛰어가 영성체(?)를 위해 줄을 섰다. 『그리스도의 몸』『아멘』
내 머리 속엔 온통, 『옆으로 한 발, 두우 발』
성체가 잇몸에 닿지 않게 입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축성되지 않은 빵,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녹는다고 했지만 도대체 이 꺼슬한 빵은 없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성당을 나올 때까지도 입을 오므린 채 나와야만 했다.
첫영성체 교리를 하면서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기도문을 못 외어서 선생님께 혼나는 것도 신부님의 찰고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고백성사였다.
지금도 고백성사라 하면 왠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지만 그때는 내 죄를 남에게 고백한다는 것이 굉장히 부끄러웠다. 그래서 난 친구와, 『넌 뭐 고백할꺼니』『나, 너는?』
이렇게 해서 우린 합의를 보았다.
『동생과 싸웠습니다. 부모님 말씀을 안 들었습니다. 또 미사시간에 떠들었습니다』
그때의 내 모습을 하느님께선 귀엽게 봐 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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