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복숭아는 20회에 걸쳐 연속적 농약처리를 받았다. 비료공장을 건립해야 하며, 원료를 추출하여 공장까지 수송해야 하고, 그 다음 농가까지 비료와 살충제를 수송해야 한다. 생산물에 대해 20회의 도장을 찍어야 하며, 과일 상점으로 그 복숭아를 수송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집으로 그 복숭아를 담아 갈 플라스틱 바구니 공장을 건립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복숭아 한 개를 생산해 내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우리는 이제 겨우 그 과정의 중간에 이르렀을 뿐이다. 우리가 먹고 난 복숭아 씨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기 위해서는 쓰레기통 공장과 쓰레기차 공장을 건립해야 했다. 이제 좀 더 많은 석유의 힘을 빌어 매립장까지 복숭아 씨를 보내기 위해 세명의 석유노동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복숭아 과육을 소화시킨 다음 수세식 화장실에서 배설한다. 대구의 경우 수세식 화장실 내용물의 70%는 금호강에 직접 흘러 들어가고 나머지는 끊임없이 생산해야 하는 에너지의 힘을 빌어 공장에서 정화된다.
이러한 연쇄를 따른 소비의 증대속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기록해 볼 수 있다. 인간 노동, 석유 및 다른 원료, 신선한 공기, 마실 수 있고 목욕할 수 있는 물, 야채류, 기름진 땅, 수십억 종의 동식물이 사는 열대림, 무수한 세월동안의 자연의 속삭임.
그리고 소비의 증대속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도 기록한다. 과일, 인간에게 대부분 해로운 공기, 물, 땅, 쓰레기, 이제 더 이상 어떤 식물도 살지 않는 사막, 빈약한 식물들이 성장하고 있는 지역들(과거 생명의 순환단계로 되돌아 가는데 1만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 공장과 오염된 공기, 유독물질에 오염된 검은 강의 얼굴, 기계소음, 진저리나는 노동.
생태학적으로 그 결과들은 파국적이다. 물론 인간적으로 그러한 기능작용은 여려가지 용도를 창출해낸다. 대체 어떤 용도인가? 이와 같은 분석은 또한 우리에게 오염방지용 기계제작과 같은 것은 하나의 눈가림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려는 경향의 해결책들은 어떤 것이든 그 자체가 오염의 발생 원인이 되기 때문에 문제를 다만 약화시킬 따름이다. 오염방지를 위한 대부분의 행동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플라스틱 병에 든 광천수를 마시면 수질 오염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오염방지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실천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수도 꼭지에서 광천수를 마시게 될 것이다.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복숭아 한 개를 먹는 행위는 폭력이다. 그 복숭아와 지구 온난화 현상 사이에 어떤 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면 우리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서도 먹고 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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