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가 들어선지 벌써 2년이 지났고 그동안 사회의 구조적 비리 특히 정치자금과 공직비리를 조절하기 위하여 파격적으로 공직자의 재산공개, 실명제전환 등, 굵직한 개혁적 차원의 변화가 연속적으로 시도 되었다. 이러한 혁명적 조처가 최고위급 공무원 차원에서의 정화는 다소 이루었는 지는 몰라도 사회전체적으로 보아 얼마나 거두었는지는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조처와 개혁의 와중에도 공직자의 실비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억대의 세무비리, 수십억대의 집달리의 비행, 경찰승진시험 부정, 사회곳곳, 정부기관 어디에나 썩지 않은 곳에 없다.
또한 우리 기성세대의 흐리멍텅하고 적당주의적 법치주의와 질서의식의 결여, 몸에 밴 거짓말과 부정행위를 고치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사회는 친부모 살해, 지존파 사건을 위시하여 나날이 증가하는 성범죄와 폭력의 난무 등 일륜과 천륜을 어기는 끔찍한 사건들이 일간신문의 지면을 매일매일 메우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성 마저도 크게 흔들리고 있고 우리 사회가 과연 어떻게 되고 있는가 큰 위기 의식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위험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회각층, 모든 연령층에 만연된 총체적 비리와 윤리성, 도덕성의 부재에 대해 불감증에 걸렸거나 속수무책이라는 허탈감 내지 절망감에 빠져있다.
이러한 도덕성의 붕괴와 부재, 사회의 총체적 비리의 원인을 캐려할때 제일 많이 거론 되는 것이 산업화와 첨단 정보화 핵가족화 등 사회변화와 이에 따른 「사회 병리현상」이다. 그런데 사회병리를 탓하다 보면 개개인은 책임이 없어지고 실효 없는 사회개혁만 부르짖게 된다. 다음으로 학교 교육의 문제를 들고 있고 그 대책으로 교육개혁을 부르짖는다. 과연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큰 문제가 있고 입시준비 중심으로 한 교육내용과 방법에 대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교육의 개선 만으로 도덕성과 윤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도덕성과 윤리의 기초는 이미 공식적인 학교교육 이전에 만들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6세 이전에 성격의 대부분이 형성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성격이란 간단히 말해 개인의 행동과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심리적, 정신적 구조다. 이 구조안에 양심, 초자아(Super ego) 도덕적 판단력 등 다양하게 불리는 부분이 있어서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고 감정을 다스려준다.
인간생활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 자아통제 능력과 기본적 가치관, 인생의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바로 양심이다. 이 양심은 날때부터 타고난 것이 아니라 부모의 표양과 가르침, 적절한 통제가 내재화(內在化)함으로써 이루어진다.
6세이전에 이루어진 이 기본적 양심과 도덕성은 여간해서 변하지 않는 심리적 구조로서 우리의 행동을 일생 지배하게 된다. 양심이 한번 잘못 형성되면 성인이 되어 아무리 각종법과 규제, 벌금으로 다스려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성의 회복은 더 정확히 말해서 도덕성의 함양은 부모들의 가정교육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의식개조, 이에 대한 결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가정교육의 대개혁을 의미한다.
개혁의 시작은 부모들의 자기 반성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현금의 부모세대는 양육과 가정교육에 대해 자신이 없고 혼돈되어 있다.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 전통에서 오는 것과 현대심리학 이론에 기반을 둔 것 등이 뒤범벅 되어 갈피를 못잡는다. 자녀교육이 이기주의, 황금만능주의, 쾌락지상주의, 자기 최고주의의 맥락에서 행해지고 있다. 자신의 절대 소유물이나 자기 과시의 표현물로 여겨, 「무조건 일등」, 「지명안돼」 등의 광잉통제, 「너 최고」 「너를 위해선 무슨 짓이고」 등의 과잉보호,「우리 가족만 잘 되면 그만」의 가족 이기주의를 통해 자기를 보다 더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필요하면 법과 질서는 무시해 버리는 즉 기본적 도덕성이 결여된 자녀를 길러내고 있다. 이러한 자녀 양육과 교육관의 대수술이 없이 어떻게 사회정화가 가능하겠는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 총력을 기울여 곧 부모가 될 세대와 곧 결혼 할 젊은 세대를 겨냥하여 일을 시작하여야 한다. 즉 중고등학교때 그들이 어떻게 좋은 부모가 되어 어떻게 올바른 윤리와 도덕성을 갖춘 자식을 길러야 하는 가를 가르쳐야 한다. 중고등학교때 아동의 심리발달, 양육방법, 부모역할 등이 성교육과 함께 필수 교과목으로 채택돼야 한다. 그래야 자식을 갖게 되었을 때 두 세살때부터 그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자아통제능력, 남의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 남의 고통과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력, 정의와 불의, 공평과 불공평에 대한 분별력을 철저하게 길러 줄 것이다. 그래야만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때,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누가 뭐래도, 어떠한 유혹이 있어도 부정 부패를 거부하고 옳은 방법과 옳은 길을 택할 수 있는 도덕성이 길러질 것이다. 말하자면 현금 우리세대의 도덕성의 부재와 그 회복은 단시일내에 현세대 자체의 개혁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가정 교육의 개혁을 통해 길러진 차세대가 성인이 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 적업은 온 국민과 정부, 사회의 지도자와 교육자, 그리고 부모들이 총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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