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성당에서 오랫동안 성체조배를 하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할머니는 성당에 오는 무료진료팀을 기다리는 동안 기도하시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지팡이를 집고 계셨는데 얼굴이 온통 주름투성이고 너무나 연로하셔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뵐 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다가오시는 할머니의 인자한 얼굴이 매우 정겨웠다. 보통 할머니하면 느껴지는 따뜻한 분이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초라한 옷차림에서 살아오시는 동안 끊임없이 주었기 때문에 이젠 빈털터리 마음 밖엔 없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어느날 봉성체를 나갔을 때 우리 동네의 아주 허름한 집에서 바로 그 할머니를 만났다. 거동을 할 수 없어 봉성체를 청한 친구할머니와 함께 조그만 방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광주리 가득 일거리가 있었는데, 작은 플라스틱 구슬을 열어 그 안에 머리핀 두개씩을 넣는 일이었다. 그제서야 성당에서 만난 할머니의 엄지손가락 하나가 없는 것도 발견하였다.
더 기막힌 일은 천개를 해야 천원을 번다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생각과 벅찬 감정이 한꺼번에 소용돌이쳤다. 어떤 젊은이도 결코 저 일을 못할 것이다. 사람들의 엄청난 소비에 비하면 일백분의 일도 안되는 돈을 위해 80대의 아픈 할머니들이 개미처럼 일하고 계신다. 할머니들은 놀면 뭐하냐고 말씀하시지만 사실상 온 식구가 생계를 위해 노동하러 나가 있기 때문에 그냥 계실 수도 없는 형편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가난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속이다. 아마도 이분들은 한평생을 이렇게 수고하며 살아 오셨을 것이다. 가구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작고 낡은 이불장 한 개가 달랑 놓인 방에 욕심껏 자신을 채운 흔적이라곤 조금도 찾을 구석이 없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존재로서 진정 거룩하고 정직한 수고가 무엇인가를 깨우쳐 주신다. 새 것, 우수한 것, 안락한것, 흥미로운 것만을 찾는 우리 안에서 진정 변하지 않고 평화로우며 의미있는 노동의 가치를 깨우쳐 주신다.
『주여, 젊은이가 어떻게 해야 깨끗한 길을 가오리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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