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농촌을 살리자고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그 살리자는 농촌을 지켜나갈 농민들중 많은 사람들이, 짚신도 있다는 제 짝을 찾지 못하고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면 모래 위에 성(城)을 쌓는 헛된 구호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경북 상주 화령본당의 일꾼인 정재섭 마르코(사진)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빈말이 아니라 키도 크고 인물 좋고 뚝심도 좋아 농사일에도 상일꾼이랍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결혼 못했느냐고 의아해하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 하나는 농민 알기를 촌놈무지렁이로 가볍게 치부하는 이 나라에 태어난 일이겠고, 이것이 너무 거창하다면 다른 하나는 농촌으로 시집 오는 것을 지옥으로 가는 것처럼 착각하는 무지스런 아가씨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겠지요.
네탓이요만 할게 아니라 겸손하게 내탓으로 돌려 우리 마르코 흠을 약간 잡자면 순진스런 마르코가 아가씨 앞에만 서면 알래스카에서 잡아온 동태처럼 온몸과 입이 뻣뻣하게 굳어 가슴만 솜방망이처럼 두근반 세근반치를 떤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동태를 언채로 삼키는 분은 없을 테고 얼은 동태를 녹여 찌개를 끓이듯 부드러운 눈길, 손길로 긴장을 풀게 한 다음 가정공동체로 인도해 줄 마음이 넓은 아가씨가 아직 이 땅에는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공개적으로 마르코의 소개를 해봅시다.
1959년 5월 17일생, 환갑이 되지 않은 어머니와 도시에 사는 형, 군에 간 동생, 역시 도시에서 정착한 막내동생 등 4형제중 둘째로서 지금은 땅을 지키고 어머니를 모시고자 트랙터, 경윤기, 관리기 등 농기계로 5천5백평의 논밭을 경작하는 중농규모의 농사꾼 입니다.
집은 3백평의 대지에 도시처럼 입식부엌이 된 방 4칸의 한옥입니다. 학교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농촌에 정착하여 고향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신념속에서 사는 착실한 후배입니다. 하도 현실이 안타까워 필을 들어 대신 공개 청혼하고자하며 첫머리부터 딱딱하면 끝까지 읽어주실 분이 없을 듯하여 인륜지대사를 논하며 우스개소리를 약간 가미한 점 혜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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