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본당마다 구역.반 조직을 갖고 있다. 이 조직은 사목적으로 없어서는 안될 훌륭한 조직이지만 이 모임들이 복음적인 공동체라고 부르기는 아직 여러가지 면에서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목국은 지난해 4월 교구 소속 5천4백44명의 구역. 반장을 대상으로 「반모임 실태조사」를 실시,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1990년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반모임은 단순히 본당 운영의 하위 조직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교회(신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돋보인다.
특히 소공동체 형성과 활성화를 통해 2천년대 복음화를 효과적으로 이룩해 내겠다는 서울대교구의 의지를 읽을 수 있어 더욱 마음 든든함을 느낀다.
3월 26일자 본보에 보도된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반장들의 신앙생활을 비롯해 반모임 현황과 문제점 등을 폭넓게 진단하고 있어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반 모임 실태 조사에서는 응답자중 62.6%가 보람을 느낀다거나 55.6%가 반모임 운영은 대체로 좋은 편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반장 자신의 신앙생활은 열심하지만 그 가족들과의 기도 생활은 부실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 중에서 한번 더 되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먼저 「본당 사목 자는 반 모임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다.
이 사실은 교회의 대형화에 따른 문제점의 하나로 사제부족 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 다음 「반원들의 참석률 저조야말로 반장업무 수행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반모임 불참이유로 84.7%가 「바쁜 생활 때문」이라고 말했으나 반모임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불편한 인간관계를 불참한 이유로 지적한 이들도 8.1%에 달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급속한 시대변화에 따라 신자계층이 다양화되고 세분화 되어 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실례가 될 것이다.
갈수록 공동체적 유대감이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단지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고 해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복음화된 소공동체 건설을 위해 실시된 이번 반모임 실태조사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보다 효율적인 반모임 운영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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