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생소한 일본의 오움 진리교(眞理敎)사건으로 이웃 나라가 며칠째 떠들석하다. 일본의 지하철에 살인 가스를 살포한 배후자로 관계당국의 수사와 수색을 받고 있는 오움 진리교 사건은 이제 사이비 종교집단의 문제가 더이상 그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해관계가 없으니 원한도 있을수 없는 타인에 대한 맹목적 폭력앞에 세계가 모두 놀라고 있지만 우리의 걱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일본이 바로 우리옆 나라라는 사실 자체가 그 첫번째 두려움이고 우리나라가 이미 사이비 종교집단의 온상이라는 현실이 두번째 두려움의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오움진리교 사건과 때를 같이해 우리나라에서도 시한부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일단의 사람들이 역시 부화뇌동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92년 10월 휴거론으로 법석을 떤 이래 3년만에 재 등장한 이번 시한부 종말론은 오는 4월 16일을 D-데이로 잡고 있다고 한다. 물론 지난번 10월 휴거론 때처럼 이번 4월 16일도 아무런 일없이 싱겁게 지나갈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종말론은 일단의 사람들만의 정신없는 짓거리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불안한 구석이 많다. 바로 그들과 비슷한 집단이 보여준바 있는 폭려과 살인 등의 행태가 그 강도를 더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폭력이 그들 내부의 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 특정 다수인 모두에게 가해질 수 있는 조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회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온갖 병폐적 현상이 사이비 종교가 파고드는 근간을 이룬다고 진단하고 있다. 신흥종교를 연구하고 있는 사회학자 노길명 교수(고려대)는 시한부 종말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보스니아 사태 르완다 사태 등과 같은 대규모 살상과 살육행위 그리고 낙태를 비롯한 생명경시풍조의 만연과 물질주의 경쟁주의 향락주의의 범람과 같은 도덕성의 위기상황 등에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노교수는 또 핵위험 등과 같은 환경위기와 더불어 산업사회로부터 사회변동의 속도와 폭이 훨씬 큰 정보화사회로 넘어가는 인류 역사의 대전환의 시기, 또 흔히 지적되는 세기말적 대전환의 시기 등을 그 배경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광신적 집단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스스로 우리 인간들이 행하고 있는 갖가지 비인간적 행태들에 대해 말세적 현상으로 명명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아들이 부모를 살해하는 이 처연한 현상들을 놓고 어찌 세기말적 현상이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을 이성적시각과 방법으로 풀어가려는 사람들의 노력보다 개인적 이익차원에서 이용하려는 집단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인 것이다.
떨어진 도덕성과 잃어버린 인간성의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사이비 종교집단, 그들을 막아내는 유일한 길은 바로 실종된 도덕성과 인간성을 되찾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올바른 가치관과 정직한 행동이 존중받고 진실한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는 건강한 사회로의 회귀, 그것이 사이비 종교라는 집단에서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길임을 우리 모두는 지금 당장 깨달아야만 한다.
건강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속에서 독버섯이 자라날수는 없을 것이다. 건강한 가정에서 건강한 아이들이 자라나고 그들이 이루는 사회가 건강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유난히 종교인구가 많은 한국에서 사이비종교가 판을 치고 있다면 가톨릭을 포함한 기성종교, 종교인들이 사회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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