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은 「빨리 빨리」라는 문화에 젖어 왔었고 빨리 빨리라는 압박을 사회로부터 받아왔다고 할 수 있다. 빨리 빨리라는 문화의식은 어떤 근면성을 말하는 문화라기 보다는 속 빈 강정의 문화의식을 말하는 것으로 빨리 빨리를 통해 외견상의 어떤 성과를 이루면 되는 것이지 질적인 것은 안중에도 없으며 윤리와 원리원칙도 없는 무조건적인 성과를 재촉하는 그리고 법과 질서와 순리를 무시하는 문화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빨리 빨리에 현혹되어 빨리빨리 경제성장을 하고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렸기에 얼마 전 외국의 언론들은 우리의 실정을 비웃는 듯 말하였다.
물론 현대사회의 인간을 일컬어 변화의 노예, 속도의 노예라 하고 시간이 돈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참고 인내하며 원리와 원칙에 따라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빨리 빨리 승진하기 위해서 경찰 승진 시험에 부정을 하고, 빨리 빨리 배우기 위해서 명오가 열리지도 않은 어린이 때부터 과외교육을 시키고 빨리빨리 돈 벌어 빨리빨리 물질적 안락을 누리기 위해 한탕주의가 성행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지존파 사건이 발생하고 최고 지정인이라고 하는 교수까지도 아버지를 살해할 정도이다.
또한 부실공사를 해도 공기를 단축해 빨리 완성해야 우수업체이고, 음식을 만들어도 빨리 만들고 빨리 배달해줘야 다시 그 식당을 이용하고, 교통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감에도 불구하고 빨리 빨리 달리고 그것도 모자라 목숨을 걸고 총알같이 달리는 총알택시가 있는 그런 문화 속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단체 관광객이 자주 애용하는 유럽의 한 식당주인이 한국사람들을 보고 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을 「빨리 빨리」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한국사람들은 인사대신에 식당에 들어서면서 하는 이야기가「무엇이 빨리 되는지」를 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기다릴 줄도 모르고 그저 빨리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고 한다. 그리고 식사를 그렇게 빨리 하는데 놀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아는 유일한 한국어 단어가 「빨리 빨리」여서 그는 한국 사람들을 빨리 빨리라고 부른다고 했다. 또 하나 웃지 못할 이야기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의 유럽식당에는 한국사람들이 예약 없이 가도 언제든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한국사람이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유럽사람들은 조그마한 음식을 먹는데 식사와 이야기로 적어도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데 비해 한국사람들은 많은 음식도 30~40분 안에 다 먹어 버리고 자리를 뜨기에 미리 예약된 자리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한국사람은 그 시간 내에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이제는 새롭게 우리 자신들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요사이 세계화니 경쟁력 향상이니 하면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빨리 빨리」를 더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열린 유엔 사회 정상 회담에서 한국을 평가하기로 GNP는 세계 15위이며 사회개발은 세계 70위 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이 같은 한국의 실상이 제3세계로부터 실패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모델이지 성공의 모범 케이스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라 「이제는 ……」이라는 문화 의식이 아쉽다. 유엔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났듯이 사회 안정을 위한 국민의식의 변화가 아쉬운 시기인 것 같다. 인간이 더 이상「더 빨리, 더 많이」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이제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안정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서로간의 의식 전환과 인간이 존중되는 사회로의 의식 전환이 시급한 것이다. 또한 경제발전과 부의 향상도 중요하지만 그와 병행하는 정신문화가 발전 되어야 할 시기이다. 이러한 것이 이루어져 있지 않기에 패륜이라는 단어를 구사해야 하는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것 없이 우리가 세계화니 경쟁력 향상이니 하는 것을 통해 빨리 빨리의 문화의식을 강요 받는 분위기 속에서 물질적인 성장을 하고 빨리 빨리 선진국 대열에 든다고 해도 응급환자를 구하기 위한 응급체계 조차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리 당략에 사로잡혀 국민을 도외시하는 정치의 풍토 속에서 남의 생명을 무시하고 거리를 질주하는 교통문화가 있는 상태에서 선진국 진입이니 세계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웃지 못할 웃음거리를 세계에 제공하고 말 것이다.
물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기에 빨리 빨리를 통한 물질의 충족은 그 만큼 부작용과 병폐 또한 빨리 빨리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정부 당국은 이제 그만 사전에도 없는 세계화라는 거품을 더 이상 일으키지 말고 법과 질서 그리고 순리를 따르는 내실 있는 국민의식 정착에 더 힘써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한다. 또한 오늘 이 시간에도 이 빨리 빨리를 부르짖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들도 우리의 실정을 반성하고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는 이 시대적인 징표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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