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있음이 축북이듯이
그대 앎이 진실이어라
바람부는 날 창가에 서서
날 위해 기도하는 이여
길밝히는 등불로 그대 섰으니
지난날 무엇에 매에 둥실 달 떠오르지 않았던가』
그렇습니다. 이제 나는 그분을 알았습니다. 내 생애가 끝나기 전에 그분을 알게 된 것은 가장 큰 축복이었습니다.
내 생에 단 한번만의 초대에 불러주셨고 그분의 사랑에 귀머거리가 되지 않고 응답하게 해 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의 하느님은 영혼의 길로 서서히 날 인도하셨습니다. 숱한 날의 방황은 「빛에로의 여정」이었고 나의 길을 더욱 밝히려는 등불이었습니다.
일제시대에 강제로 징용나간 큰 오빠를 기다리느라 어머니의 정성어린 정화수가 늘 부뚜막 솥뚜껑 옆에 떨어질 날이 없었던 우리집.
조개껍데기 만한 작은 손에 모래를 담아 놀다가 무심코 발견한 태양의 아름다운 빛에 취해 모래밭에 누워버리면 갈매기들의 노래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고···.
돌아올 기약없는 큰 오빠를 못잊어 점을 치러간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지쳐 유리공장으로 답사를 떠나던 나, 그곳은 신기한 색색유리조각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살살 기어올라가면 예쁜 색유리조각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아래서 후비며 캐내려면 못이나 나무조각의 연장이 필요없었습니다. 사고난다고 몰아내곤 하던 공장아저씨들의 눈에만 띄지 않으면 흥미있는 즐거움이었습니다.
학교에 가져가서 프리즘을 만들 때 반아이들에게 색유리를 나누어주는 재미는 충분히 나를 매료시켰습니다. 그런 나에게 오묘한 하느님의 손길이 펼쳐왔으니 그것은 내 팔에 이상이 생기고부터였습니다.
중2학년 여름방학의 거의 끝날무렵 이름모를 병으로 군산 도립병원에 입원한 것이 하느님 계획의 시작이었습니다. 오빠 때문에 점쟁이를 찾아다니는 어머니 곁에서 나를 격리시키기 시작하셨지만 한치의 앞일을 모르는 인간의 눈으로 당신의 계획을 알리가 없었습니다. 병원에 입원당시 40도 이상의 고열 혼수상태에 빠진 나는 어딘가 넓은 들녘에 서 있었습니다. 넓고 푸른 벌판에서 수도복을 입고 「구구구」비둘기를 부르며···. 계속되는 혼수상태로 높은 침대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 놀란 어머니가 일어나 나를 부축했지만 팔이 저리고 움직일수가 없었습니다. 영국 의사인 맥도날드는 엑스레이상 금이 조금 가기는 했지만 약을 먹으면 곧 나으리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후에도 의사들이 모여 내 팔을 놓고 진단이 구구했지만 결국 나는 안심을 하고 약을 받은뒤 퇴원했습니다.
팔은 별 이상이 없는 듯했지만 병원에서 일어난 꿈이야기가 아무래도 신기해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열이 심하면 헛것이 보인다. 검정옷은 죽음을 발하는 것이니 아예 입밖에도 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곧 수도복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졌습니다. 그 당시까지 나는 수도복을 본일이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신앙을 알지못하는 우리는 번제물로 바칠 이사악도 알지 못했습니다. 눈은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는 있어도 듣지 못하니 장님, 우리는 장님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