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까지 땀방울이 포도 송이처럼 열리는 여름. 내가 다니던 어느 성당에서는 오래된 사제관을 헐고 새 사제관을 짓고 있었다. 마침 방학 중이라서 벽돌을 지고 각목을 나르는 보조일을 학생회에서 맡아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교무실 복도로 끌려와서 무릎을 꿇고 있던 괴물이나, 게시판 성적표에 적힌 이름의 높이가 한여름에도 오히려 영하로 내려가던 골통, 그런 놈들이 다른 애들의 두 배가 넘는 벽돌을 신축 사제관 이층으로 져올리고 있었다.
학창시절, 공부를 제법 해본 모범생들은 그런 문제학생들과 무슨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를 잘 안다.
토요일 오후,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공부를 해야할 이 시간에 벽돌을 나르는 꼴찌들의 한심한 궁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본당 신부님이 「주님은 저 말썽꾸러기들을 더 기특하게 생각하신다」며 면박을 주셨다.
무슨 대꾸를 대놓고 하진 않았지만 주님이 그렇게 분별력이 없는 분은 아니라고 나는 자신있게 생각했다.
며칠 전 딸아이의 일기를 보면서 일곱 살 난 아들이 미사시간에 제대에서 춤을 추다가 신부님께 야단맞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아들은 평소에도 책꽂이 빈 틈에 들어누워 있다가 제 엄마에게 들키면 「책이 옆으로 쓰러질까봐 머리로 받치고 있다」고 이유를 다는 놈이고, 보좌 신부님은 부임하신후로 한 번도 화내는 법이 없는 분이시니 저간의 사정을 짐작할 만했다.
그런데 이 괴물, 골통같은 아들이 거실 모퉁이에서 두 팔을 들고 선처를 바라는 눈길로 아버지를 쳐다볼때면 눈물겹고 아름다운 것이다.
「주님은 저 말썽꾸러기들을 더 기특하게 생각하신다」는 그 신부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데는 온전히 20년 세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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