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레지오마리애는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복음을 전하다 순교하신 성인들의 정신을 받들어 「치명자 모후 쁘레시디움」이라 부른다.
매년 맞이하는 사순절이지만 우리 단원들은 하나됨과 자기성화를 위해 죽음과 자선ㆍ기도ㆍ단식에 대해 묵상하고 실천하기로 했다.
특히 단식은 매주 화요일 주회합을 마치고 형제적 사랑을 나누기(?)위해 갖는 주회(酒會)를 사순절 동안 자제하고, 자선은 주회(酒會)를 갖지않음으로 해서 생기는 돈을 모아 장애시설 「무지개 가족」을 방문하기로 했다.
또한 「십자가의 길」「성지순례」등의 기도에 열심하기로 한 우리는 3월 15일 음력보름날 밤을 택해 야간에 전주의 대표적인 성지「치명자산」을 순례하기로 했다.
당일 성당에 모인 단원들은 밤 8시에 순례의 길을 떠났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도 있었지만 우천과는 상관없이 실행키로 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름만 잔뜩 끼이고 날씨마저 포근했다.
사전에 손전등과 기도서 묵주를 지참한 우리는 순례시 무언ㆍ무연ㆍ무음(無言·無煙·無飮)의 삼무를 지키기로 하고 시계마저 지참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치명자산의 비탈길 자갈밭길을 더듬으며 예수님 일생을 묵상하고 골고타산을 오르듯 치명자산을 올랐다. 정성스럽게 기도하며 예수님과 순교성인들을 만나러 나아갔다.
「예수님! 당신께서 엠마오로 가시는 길목에서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눈이 열리게 하셨듯이 치명자산 성지순례의 길목에서 눈뜨고도 앞못보는 소경아닌 소경,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저에게 눈이 열리고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게 하소서」
순교자 유항검, 동정부부 유요한과 이누갈다 등 7인의 가족이 합장된 묘앞에 서서 순교자들을 위한 기도와 묵주 기도를 바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깊이 묵상했다.
하산길에 바라보는 전주시가의 수많은 불빛은 황홀하기만 했다. 아련히 반짝이는 그 불빛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심난스럽게 유혹하는 듯도 했다.
우리 일행 모두는 야간 성지순례가 생전 처음이었다. 등산에서 하산까지 인적없는 밤길은 순교자들마저 고요히 잠들어 있는듯 적막했다.
1시간 30분 동안 현세의 고난과 역경을 물리치고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벗어나 광야 아닌 험악한 산에서 사순절의 의미를 되새겨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단원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꽃내음 향기 가득한 신춘의 3월에 풍요로운 마음의 양식을 갖고 가벼운 발길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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