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영역에서 인간은「인간의 생명」이 무엇인지를 과학적 측면에서 꼼꼼히 분석하면서 그 실체를 안다고 장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생명까지도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힘은 팽창 일로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여 년간의 생물학적 혁명은 감추어진 생명의 엄청난 신비를 밝혀내는 가공할만한 업적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새롭게 제기되는 인간의 문제에 대한 분명하고도 총체적인 답변을 회피케 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켜 온 것도 사실이다.
차제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새 회칙「생명의 복음」이 3월 30일 반포됐다. 이번 회칙은 인간생명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강력하게 재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7개 국어로 동시에 반포된 새 회칙이 포함하고 있는 모든 선언과 가르침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살인, 낙태, 안락사 등 중요한 윤리적 주제들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발전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회칙에서 교황은 생명 존엄성에 관한 근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 57항과 낙태에 관한 62항 그리고 안락사에 관한 65항 등 3개항에서「그리스도께서 베드로와 그의 후계자들에게 주신 권위에 의해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주교단과 일치하여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지난 91년 특별 추기경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요청된 데 이어 각국 주교단과의 긴밀한 협의 아래 이번 회칙을 선포했다는 각별한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새 회칙은「죽음의 문화」가 만연함으로써 오류가 진리처럼, 범죄가 권리처럼 통용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반포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죽음의 문화란「윤리적 위기와 개념의 위기」로 인한 낙태와 안락사의 합법화, 끝없는 전쟁을 가리키고 있다.
「네 형제 피의 목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울부짖고 있다」는 부제하에 카인에 의해 살해된 아벨 이야기를 인용한 교황은「생명, 특별히 인간생명은 하느님께만 속해 있으므로 인간 생명을 공격하는 이는 하느님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교시했다.
자신의 11번째 회칙인 이번 회칙 말미에서 교황은 생명의 복음을 증진하며 실천하고 기념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세계 모든 나라에서 매년「생명의 날」을 기념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한국주교 단은 3월 23일 끝난 춘계정기총회에서 매년 5월 마지막 주일에「생명의 날」을 지내기로 결정했다.
또한 본보는 신자들에게「생명」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좀 더 쉽게 알리고자 이번호부터「생명윤리」난을 신설했다. 많은 애독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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