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대구교회의 초대신부님은 김보록 신부님이시다.
대구 근교의 신나무골에서 박해를 피해 약2년간 은거 하시면서 대구의 복음화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다가 한불조약으로 사정이 조금 나아져서는 대구에 보다 가까운 셋방 골로 오셔서 약3년간 사셨다.
불란서 신부님이신 당신은 모국에서 가져오신 비누를 세수하실 때 사용하셨는데 그 비누거품이 신기하고 냄새도 좋고 해서 사람들이 물었다.
「신부님이요. 그기 문기요?」
「뭐 말입니까?」
「신부님 손에 들고 계시는 그 거품이 많이 나는 거 말입니다」
「아, 그라이까네 그기 사본이라칸다 이말 이지예?」
「네, 그래요」
그래서 지금도 경상도 지방에서는 비누를 사본이라고도 한다.
★……몸짓……★
본당 설립 때부터 사무장으로 일해온 방지거씨, 사무원 하나 없이 혼자서 온갖 일 다 하는「말뿐인 사무장」이라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다.
「나도 언제쯤이나 사무원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사무장이 될까?」라는 생각을 항상 해오던 차에 드디어 본당 설립 10주년을 기하여 그간 교세도 좀 확장되었고 또 일거리도 좀 더 많아졌으므로 꿈에도 그리던 새 사무원 한 사람을 채용했다. 여사무원이 첫 출근하던 날 방지거씨가 목에 잔뜩 힘을 주고 말했다.
「난 말이요. 말이 많은 건 딱 질색이거든, 따라서 나도 말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란 말씀이야. 내가 말없이 손가락으로 이쪽을 향해 까딱까딱 거리면 내가 부른다는 신호란 걸 알도록 해요」. 그러자 새로 들어온 여사무원이 상냥스럽게 대답했다.
「네, 잘 알아 모시겠습니다. 사무장님, 하지만 제가 그럴 때 말없이 고개를 가로 저으면 갈수 없다는 뜻이란 걸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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