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를 맞아 본당에서 마련한 1박2일간의 피정을 왜관 성베네딕도 수도원에서 갖게 됐다. 3월 11일 사순 시기 두 번째 토요일 오후에 우리 67명 일행은 수도원에 도착, 수도회 역사와 피정의 집 안내를 받고 저녁기도에 참례했다.
그레고리안으로 시작되는 기도 소리는 성당 벽에 그려진 성화와 어우러져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했다. 저녁 식사 후 끝 기도를 바친 다음 지도신부님의 안내를 받으며 고해성사 준비를 했다.
성사를 본 뒤 보석과 함께 뜻밖의 말씀의 선물을 받았다. 조용히 방으로 돌아와 골로사이 3장12절부터 15절까지의 말씀을 읽었다. 왈칵 눈물이 치솟았다. 「주님 보잘것없는 저에게 당신 선물이 너무 넘치나이다. 이 사순 시기 동안 당신 선물 가슴에 고이 접어 두겠나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잠자는 내 등을 누군가 계속 쓸어 내렸다. 아침 기도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정신이든 나는 누군가 있었던 것 같기에 방을 훑어보았지만 누가 있을 리 있겠는가. 순간 온몸에 감사함이 넘쳤다. 모나고 편협하고 제멋대로인 나를 주님께서 불쌍히 생각하시어 사랑을 주신 것이리라.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미사에 관해 강의를 들은 후 프랑코 제프렐리 감독의「나자렛 예수」라는 영화를 보았다. 수난 죽음 부활의 장면에서 울지 않은 이가 없었으며 나병 환자의 희생적인 사랑을 보면서 감동받지 않은 이가 없었다.
짧은 시간의 피정이었지만 수도원에서의 체험으로 하느님은 진정 존재하시는 분임을 절감했다. 깊은 묵상과 기도 그리고 실천만이 내가 만난 주님께 대한 보답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참으로 감사한 주님의 은총이었다.
성전건립으로 어려운 본당사정임에도 주님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신 본당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지도해주신 이형우 신부님과 베네딕도 수도회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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