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따뜻한 봄날, 물이 많고 풀이 깊어 살기 살기 좋은 바위틈에 두꺼비들이 모여살고 있었습니다.
식구들을 위해 아버지 두꺼비가 부지런히 파리를 물어 오면, 아내는 자식들 생각에 그 중 싱싱한 놈을 골라 먹이고 남은 놈들로 한 끼를 때우는, 착하고 평범한 두꺼비들이 모여사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쩝쩝 이를 쑤시며 비싼 갈비집을 게으른 걸음으로 나서는 김사장처럼, 온 몸에 비단을 내두른 뱀 한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이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두꺼비 마을의 평화는 금방 금이가기 시작했습니다. 종일 모아놓은 식량을 빼앗기는 두꺼비, 기왕 빼앗길 놈의 파리 그래서 아예 일을 하지 않는 두꺼비, 어쩌다 생긴 음식으로 자기 배를 채우기 바쁜 두꺼비, 뱀은 나날이 그 길이가 길어지고 껍데기의 때깔은 반질거리는데, 두꺼비들은 그만큼 야위어 갔습니다.
몇몇 뜻있는 두꺼비분들은 밤이슬을 헤치며, 개울가 덤불 숲속에서 혹 밤쥐들이 볼까 사주경계를 하며, 여러번 불법집회도 가져보고 또 그때마다 좋은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뱀에게 먹히면 그 뱀까지 죽게 된다는 풍문에 대해서도 의논을 해보았습니다.
그때 예수라는 두꺼비가 이한 목숨 바치겠다는 뜻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두꺼비 식량을 갈취하는 나쁜 뱀은 물러가라」
붉은 띠를 질끈 매고 비장하게 항의하는 두꺼비를 가소롭게 내려다보던 뱀은 주변에 모인 두꺼비들을 한바퀴 휘돌며, 이런 싸가지틀린 두꺼비는 두번다시 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일장 연설을 한 후, 불순한 예수두꺼비를 보란듯 삼켜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겁에 질린 두꺼비들은 다시는 열지않을듯 굳게 대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정말이었습니다. 며칠 후, 죽은 뱀의 배를 가르고 새끼 두꺼비들이 수없이 솟구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들 죽은 예수 두꺼비를 닮아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