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면 어머니 몰래 교회로 달려갔습니다. 징용간 오빠 때문에 눈이 물러버린 어머니에게 나는 또 하나의 짐이 되어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선 다른 사람 사이에서 실컷 울고나면 속이 좀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한번은 교회 건축비모금을 위해 기도하는 김집사의 목소리보다 「앙앙」울어대는 내 소리가 더 커서 모두들 소리를 낮추며 내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실로 처음으로 나무십자가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동안은 우선 팔을 절단하지 않으면 어깨까지 썩게 된다는 사형선고같은 사실때문에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게 없었습니다. 조금 진정한 내 입안에서 처음으로 「하느님」 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하느님!」
이 세상에 태어난지 14년 만에 하느님을 불렀습니다. 하느님께 매달리고 싶은 간절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았습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의 손길을 느끼며 이제 나는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의 모든 근심 걱정이 눈녹듯 사라졌고,팔이 다 나은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느님」이라는 단 한마디의 말씀안에 감미로운 생사(生死)가 담겨있다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셨고 또 나를 만드셨으며 그분만이 나의 피난처시고 구원자시다」는 복음말씀을 들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확신했습니다. 하느님께 말씀드리면 들어주실 거라는 믿음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느님, 살려주세요. 팔의 뼈가 썩어 가고 있어요. 그냥 두면 어깨까지 올라가 절단할 위기까지 있답니다. 제가 불쌍하지 않아요? 팔만 고쳐주신다면 하느님을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겠어요. 네 하느님…」
나는 콧물ㆍ눈물을 좍좍 흘리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이젠 숨길 것도 부끄러움도 창피한 것도 없었습니다. 용기가 샘솟듯 했고 8만 군사를 거느린 장군보다 나는 힘찼습니다. 누가 날 이렇게 용감하게 해주시는지 알려고도 안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이런 형식으로 약속한 후 그것이 수십년 뒤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느 시기에 다가올지 예측도 못하면서 외쳤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새벽마다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마루바닥에 앉아 울면서 하느님께 매달렸습니다. 어머니께서 눈치를 채시고 따스한 요를 들고와서 나를 꼭 감싸 주시곤 했습니다.
오빠 말고 또 하나의 고통이 생긴 어머니의 모습은 주름이 더욱 늘어갔습니다.
내 주위엔 성당에 다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고, 친구 집에 갈때 멀리 보였던 뾰족탑은 흰 수건을 쓰는 「마리아 교회」라는 소리를 얼핏 틀은 기억이 났습니다.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으니 그후로도 10여년을 더 성당 주위를 멀리멀리 맴돈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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