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팥죽할머니… ★
지방의 K시엔 본당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백주년 기념사업을 벌이면서 아래시장쪽에 새 성당을 하나 더 세우고자 모든 신자들에게 성전건립 기금을 책정케 했다.
옛날부터 팥죽을 팔아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매일 새벽미사 한번 거르는 법이 없는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당연히 이 할머니도 성전건립 기금을 책정하는 대열에 섰는데 사무장이 「할매는 마 놔두이소!」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속으로 매일 장사하고 번 돈중에 2백원씩을 꼭 적립했다가 다른이들 모두 내어야 하는 마감날에 모은돈을 바치리라 다짐하고 집에 돌아와서 방안의 성모상 앞에다 박카스병 상자를 신문지로 발라 모금함 하나를 터억하니 만들었다.
매일 저녁기도 바치면서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동전 두닢씩 집어 약속대로 넣었는데 때론 운이나빠(?) 오백 원짜리가 둘씩 집혀 나올때도 있었다.
『성모님 앞이라 우째 도로 집에 넣겠노!』하면서 집히면 집히는 대로 넣었는데 더욱 운이 없는날은 공교롭게도 주머니속에 동전이 하나도 없는날 있었다. 천원짜리 하나를 꺼내려 더듬더듬거리다 가까스로 한장 꺼내면 아뿔싸 오천원짜리가 나오기도 하고 만 원짜리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부지런히도 모아댔는데 어 날 도둑이 들어 그 박카스 상자로 만든 모금함을 통째로 가져가 버렸다.
저녁기도를 바치던 할머니, 손을 더듬 더듬 거리며 동전 두닢을 꺼내어 넣으려는데 상자가 그만 없어진 것을 알았다.
「어무이, 상자 어디 갔능기요?」하고 성모님께 물었다.
대답이 있을리 없는 성모상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만 머금고 계시자 그만 이 팥죽 할머니 화가 나서, 「아이고 이 어마씨야! 다른이는 저그 아들 집 장만해 줄라꼬 남의 돈 꿔다가도 보태 주드구만도, 우째 저그 아들 성전 지어줄라꼬 돈 모둣는거 뻔히 보고도 그것도 하나 못 지켜주노? 내싸마 몰따! 치앗 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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