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께서 방북을 소망 하심과 아울러 정부의 긍정적인 반응에 접하면서 진실로 이제야 가야만 할 사람이 방북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절망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김추기경님의 조만간에 있을 방북 실현은 남북한 대다수의 순수한 국민들이 50년동안 입고 있는 깊고 험한 상처를 아물게 할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남북 당국 관계자들이나 백성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한사람을 한반도에서 뽑는다면 김추기경님 이외 누구를 뽑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어째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을 중재자로 내세워 한민족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간청해야 하는 것이었습니까.
이렇게 생각할때 이번에 실현하게 될 추기경님의 방북은 단순한 사목적 방문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물론 목자의 입장에서 한마리 길잃은 양을 찾아 어디에든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래전 지학순 주교님 경우와 같이 조용하고 그리고 슬픈 방문에 그친다면 남북 동포들에게 주는 실망은 너무나 크다고 할 것입니다.
해방을 얻고 반세기가 지나서도 서로 편지조차 교환 하지 못하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의 현실은 너무도 급박하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양쪽이 하고 있는 몰골대로 방치 한다면 또 하나의 반세기동안 대결구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짐작됩니다.
용어가 좀 쑥스럽습니다만 추기경님의 이번 방문은 정치사목적 방문이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눈 뜬 장님과 같이 무지몽매한 남북한의 권력 당국자들을 일깨워 주기 위한 하느님 도구로서의 역사적 방문이 라고 해야겠습니다.
최근에 북한을 잠행한 바있는 이찬삼씨를 통하여 북한 방방곡곡의 선량한 백성들이 남한과 일전을 불사한다는 일념으로 사상무장이 되어 있다는 이제껏 몰랐던 소식을 들은 것처럼, 북에서 잘못 알고 있는 우리 백성들의 한결같은 생각들이 무엇인가를 김추기경님께서 김정일씨를 비롯하여 주민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전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남북한이 서로가 차원을 달리해서 만나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그렇게 못하더라도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역사적 대전환의 사태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람의 역사(役事)가 깃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큰 종이시며, 이 시대 한민족의 정신적 지주이신 김수환 추기경님! 하느님께서 역사하시고자 하는 소명 이미 당신께 떨어졌다고 저희들은 믿고 있사오며, 추기경님의 방북을 통하여 한반도가 평화와 화해를 얻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도록 힘써 주실것을 삼가 호소하고 싶습니다. 절규하고 싶습니다.
요한 바오로 1세 교황 성하를 졸지에 하늘에 불러 올리시고, 이탈리아가 아닌 공산국 폴란드 출신 보이티야 추기경을 교환으로 갑자기 내세우신 하느님의 뜻을 당시에 누군들 침착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동구권을 무너뜨리는데 교황 성하께서 주역이 되었을 때에 우리는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황 성하의 여세는 중국대륙과 한반도에도 불어닥칠줄 기대했으나, 그런 기세는 보이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시아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역사하실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김추기경님, 그같은 하느님의 소명을 마음속에 인지 하셨습니까. 저희들의 영절한 남북화해의 소망을 듣고 계십니까. 요즈음 북한 경수로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 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또한 능글맞은 미국과 일본의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그냥 좌시해야 하는 것일까요.
김추기경님을 통해 우리 한반도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개화할 때에, 미국과 일본 따위의 교활한 이기심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무산되도록, 하느님이 진실로 한민족을 사랑하고 있다는 기적이 일어나 전세계가 또한번 놀라도록, 우리는 열성으로 기도하겠습니다.
김추기경님! 분명히 우리들 생애에서 경험한 동구공신권의 몰락은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게 하는 기적의 하나였습니다. 다시 우리들 생애에 또다른 기적을 체험 하도록 추기경님의 방북의 한걸음, 한걸음의 행보속에 하느님의 뜻을 펼쳐주시기를 눈물로써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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