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루는 세가지 연결고리가 있다면 그것은 혈연, 학연, 지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조상으로 부터 이어받은 혈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혈연과 「homo sapience」인 인간이 배움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학연과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면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형성되는 지연이라는 인간관계의 연결고리이다.
그런데 다른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고리를 유독 강조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 민족의 의식 속에 잠재하고 있는「정」(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의식에서 나오는 정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혈연을 중심으로 해서 조상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피를 나눈 형제와 친척간에 사랑과 애정을 통해 서로 위하며 조상의 전통을 지키고 상부상조해 가는 것 그래서 명절이 닥치면 그 교통지옥 속에서도 조상과 부모형제를 찾아 나서는 것을 보면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또한 인생의 1/3이상을 보내는 학창시절을 통하여 끈끈하게 맺어진 학연으로 모교를 사랑하고 서로간의 우정을 나누며 서로간의 애경사(哀慶事)를 돕고 인생을 힘들게 살아가는 서로에게 하나의 큰 힘이 되어주고 서로 힘을 모아 모교의 전통과 명예를 지키고 후배들의 발전을 위해서 힘쓰는 것을 볼 때 우리 사회속에서 학연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의 고리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동향이라는 의미에서 맺어진 지연을 통해서 조상과 부모가 있고 형제가 있고 자신이 자란 곳을 그리고 사랑하며 그 지역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힘쓰고 노력하는 것을 볼때 혈연, 학연 그 다음으로 꼽을수 있는 것이 지연이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혈연과 학연 그리고 지연으로 맺어진 인간관계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커다란 고리로서 사회 저변에 확대되어 우리 사회를 움직여 나아가는 것을 볼때 다른 어떤 나라의 사람들에게서는 찾아 볼수 없는 인간적인 훈훈한 정과 삶의 질을 깊이 있게 해주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의식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져볼수도 있는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서로간의 연결고리가 역사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사회와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아주 변질된 혈연 학연 지연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것 같다. 즉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혈연 학연 지연이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건전한, 더 나아가서는 우리 민족의 독특한 정의 문화의식을 표현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윤리적인 삶의 상황들을 더 많이 발생시키고 우리 사회의 올바른 형성을 저해하고 잇기에 과연 우리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고리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보존해야 하는가를 심도있게 생각해보아야 할 시기에 와있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오늘에 와서는 혈연, 학연, 지연에 더하여 종교연까지 생겨나 우리사회를 혼란과 분열로 치달게 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인 영역에서 더욱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제 곧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잇는 것이 맹목주의와 이기주의에 편승한 혈연, 지연, 학연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 풍토가 이러한 잘못된 인간고리를 통해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잘못된 인간관계의 고리에 연연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의식수준이 어디에 와 있는 가를 의심하게 되는것같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어느 문중(門中)에서 정치가가 나오면 항상 그 뒤에는 친인척비리가 따라 다녔고 TK, PK, 하나회 알자회… 등과 같은 집단이기주의적 연결고리를 통해 파벌을 형성하고 집단적 세력을 확장하며 세력 굳히기를 하는 비리가 쏟아져 나왔고, 맹목적인 지역감정을 드러내게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고 행정관에서는 무조건적인 봐주기, 눈감아주기가 성행하였다. 이러한 관계는 오늘에 이르러서는 기업체의 취직과 승진에 있어서도 드러나 그 사람의 인품과 능력보다는 아직도 어느 학교 출신이며 어느 지역출신인가가 취직과 승진을 좌우하고 있으며, 맹목적인 연계관계를 형성시켜 혈연과 학연, 그리고 지연이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도태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종교단체 안에서도 그 종교의 신자가 선거후보로 나오면 마치 그 종교의 세력을 확장이라도 하듯이 맹목적으로 그 후보를 지지하려는 종교이기주의 적 성향이 드러나고 있다.
또 다시「이제는 」이라는 단어를 통하여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시기임을 강조하고 싶다.
인간관계의 고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며 순수한 것이어야 한다. 맹목적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삶의 역경과 좌절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줄수 있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삶의 고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곧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선거는 우리의 의식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다운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염원과 희 망을 반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기에 이제 혈연과 학연과 지연 더 나아가서는 종교연에 연연하여 다시금 맹목적이 이기주의적인 세력다툼이된다면 결국 우리사회는 후퇴하고, 그로인한 아픔이 또한 우리를 더욱더 큰 혼란과 좌절속으로 몰아넣고 말것이다.
한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며 맺어지는 인간관계의 고리가 아름다운 삶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수 있는 삶의 공간을 만드는 것에로 발전하지 못하고 단지 인간의 이기적이고 맹목적인 수단으로 전락해 버릴때 우리사회는 인간이 없고 인간의 욕망만으로 가득찬 황량한 사회로 전락하고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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