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의 퇴근길.
길은 아련하게 낮술에 젖어 있었습니다.
탱자나무 우거진 학교담을따라 지난 계절이 이루어 좋은 야트막한 개울이 휘청거리며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올챙이 한 마리가 썩은 나뭇잎을 뒤척이며 흙탕물을 일으켜 보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온몸으로 진저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문득, 개구쟁이 아들 태석이 생각이 났습니다.
구멍 난 비닐봉지에 물을 채우고 채워서 올챙이 몇 놈을 장독 두껑에다 힘들게 옮겨 놓았으니 이제 아비가 낮잠을 자는 동안 그 녀석은 틀림없이 식음전폐하고 오후 내내「올챙이다. 올챙이」들여다 보겠지요.
다음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요놈 요 귀여운 놈이 오늘따라 아침 일-찍 목욕탕에 쭈그리고 앉아서 장독 두껑속에다 별 간섭을 다하며 아빠 올챙이는 일찍 들어오느냐고 묻기도 하고 울 엄마는 찌찌가 있다고 약을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올챙이의 아빠는 개구리가 아니라 올챙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 무렵. 아들과 함께 개울로 가서 올챙이를 제집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 녀석 좀 서운한 표정이었지만 세상에는 참 많은 올챙이가 살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한 눈치였습니다.
그 올챙이는 큰 올챙이가 되었거나 개구리로 변신하거나 했겠지요. 무엇이 되었건 우리를 기억할 겁니다. 사람의 방식이 아니라 올챙이나 개구리의 방식으로 내 아들을 두고두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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