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눈에 띄자 상급생 언니가 교회에 정식으로 다니라고 인도했습니다. 큰 교회를 짓기위해 성금을 내야 팔이 낫는다며 기복신앙으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심부름하면서 한푼두푼 모은 돈, 한약방에 가져갈 돈을 몽땅 바쳤습니다.
상급생언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해놓고 자기는 어처구니 없게도 아주 조금 냈고 나에게 충고까지 했습니다.
「가진 것 전부를 내면 되니? 이 바보야」
순간 배신당한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과 거래를 하려는 신앙심이 미웠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요, 어머니처럼 따스한 품속이요, 계산이 없으신 분이십니다. 그런 하느님을 찾고 있었고 나의 모든 것을 의지하고 날 위해 티끌 하나라도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나는 다시 개척교회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하느님을 찾아나선 나는 이런 식으로 끝이 났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딴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구하시오, 받을 것입니다. 누구든지 구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아들이 빵을 달라고 하는데 돌을 줄 사람이 어디 있으며 생선을 달라는데 뱀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비록 악하지만 자기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줄 아는데 하물며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욱더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습니까」(마태오 7~11)
드디어 구원의 손길을 펴주시기 시작하였습니다. 농촌 환자들을 위해 시골에 내려오신 외과의사와 언니의 혼인 말이 나왔습니다. 형부 되실 분은 의사요, 교회집사였는데 무척 나를 귀여워해주셨습니다.
어느 날 하얀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내 팔을 보시고「팔이 아프니」
하고 묻는 것이 아닙니까. 형부가 생긴다는 기쁨에 내 팔의 아픔을 잠깐 잊고 살았는데 그 걱정이 되살아난 셈이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한약방에 갈 때마다 실을 가지고 왼팔과 오른팔의 굵기를 재보기 때문에 붕대를 감아서 부풀지 못하게 하거나 굵어지는 내 팔의 기형적인 모습을 친구들에게 들킬까 봐 숨기던 붕대가 오히려 의사의 관심을 끈 것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나는 숨기고 다니던 팔의 붕대를 풀었습니다. 의사는 곧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날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피에 맺힌 소녀의 소원을 이런 방법으로 들어주셨습니다.
이젠 팔을 절단하지 않아도 된다. 이 손으로 글을 쓰고 어린이를 가르쳐주고 꽃도 가꾸고 밥을 지을 수가 있겠구나.
드디어 18세 되던 겨울방학 때에 화호중앙병원 수술실에서 팔다리를 묶어놓고 마취를 한 후 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쁨에 넘쳐「감사합니다」를 수천 번 외우는 가운데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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