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톨릭 교회가 타종교와 구분되는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교구중심 나아가 본당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더 세분화되어 반을 중심으로 하는 소공동체 운동이 활발하다.
그래서 대구대교구는 95년 1월 1일자로 모든 신자들이 거주지 소속 본당으로 교적을 옮기게 했다. 자의 타의 불문하고 교적을 옮기게 한 이 조처는 반을 중심으로 신자들이 함께 의논하고 기도하고 전교하자는데 큰 뜻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교수의 방침이 오래 전부터 신자들에게 전해져서 해당 신자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 나 또한 길 하나를 두고 거주지와 본당이 다른 가운데 10년 동안 살아왔다.
지난 10년 동안 비거주지 본당에서 세례 견진 혼인성사를 받았고 아이들 유아영세와 첫 영성체를 시키며 토박이로 자부해 왔다. 그래서 설마하니 길 하나 사이인데 다른 본당으로 보내기야 할까 생각하며 지난 한 해를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보냈다.
그런데 본당에서의 지침은 의외였다. 즉 교적은 옮겨가더라도 신심활동은 원래 본당에서 해도 된다고 공식적으로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결코 교구 방침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교적은 소속지역 본당에 일괄적으로 정리해서 보내주고는 사람은 여러 가지 명목으로 본당에서 붙들고 있다. 레지오 간부, 평협 간부, 주일학교 교사 등의 명목으로. 그들이 없으면 당장 그 단체가 무슨 결딴이라도 날것처럼 불안해 하고 있다.
부인은 다니던 본당에서, 남편은 거주지 본당에서 각기 따로 신심활동을 하는 사례도 목격되며 이들은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심한 경우 아예 레지오 활동 등 신심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속출한다고 한다.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적을 옮겨가면 아무 미련없이 거주지 본당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가까운 이웃들과 어울려 반 중심의 소공동체를 가꾸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을 바에야 무엇 때문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가며 교적 을 옮겨라 하는가.
교적이 있는 곳에서 레지오 활동도 하고 평협 간부도 하고 주일학교 활동, 반 모임에 충실하는 것이 소공동체의 참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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