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먹고 말도 하고」안동교구 정호경 신부님의 책 제목이다. 족집게 같은 제목이다. 그분의 농민 교리서를 읽어 보면 답답한 가슴이 확 트인다. 우리가 농촌 살리기에 대해서 말할 때 정호경 신부님한테서 한 수 배워야 한다. 대구 한 살림의 천규석 선생님의 말씀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특히 요사이 농촌을 두고 너도나도 장사하겠다고 나서는 판국이니 참으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영성과 철학, 신학적 기초가 필요하다. 각 교구에서 농촌살리기 모임이 여기저기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업을 하든 운동을 하든 하다못해 구멍가게를 하든 철학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마인드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과연 무슨 살리기 운동이 무엇을 살렸느냐는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나 역시 생활공동체를 만들어 보려고 애쓰지만 우리의 현실은 돈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돈벌이를 생각하면 장사한다고 욕 얻어 먹고, 운동을 생각하면 해봐야 소용없다고 욕 얻어 먹는다. 삐딱한 균형 속에서 나는 여기저기 뛰어다니지만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인간의 신뢰마저도 상품화 되는 세상에서 운동하는 사람만은 돈 걱정을 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문제는 돈이 아니다. 문제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사회적 문제와의 싸움이다. 신념이 필요하다.
운동본부이든 직판장이든 조합이든 정호경 신부님이 제시한「생활 공동체운동」은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자신이 먼저 밥을 제대로 먹고 말을 제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 누구라도 삶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도록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어야 하는데 너무 사업만 생각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말도 신뢰성 없이 함부로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지난 성유축성미사 후에 안동 생명의 공동체인 옥산, 풍양, 물미, 사벌, 구천, 솔티, 만리산 공동체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농촌도 제대로 밥도 먹고 말도 하기 위해서 아울러 도시도 제대로 밥도 먹고 말도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생활 현장에서 모두를 살리는 연대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생산하고 소비하는 이중구조를 넘어서, 팔고 사주는 장사를 넘어서, 이윤추구를 따지는 돈벌이를 넘어서, 입과 머리로 하는 운동을 넘어서 서로의 생활 현장에서 누구든 스스로 생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마음이 넉넉해야 하겠다.
제목에 외람되지만 한마디 더 첨가한다면 밥도 먹고 말도 하고 그리고 똥도 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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