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앞에/살아도 이승이 아니로구나/참배하는 이승의 사람들 오히려 지옥이로구나/ 중략/누가 통곡하랴. /누가 올수 있으랴. /너희 죽음을 울음우는 울음소리에는 소리가 없다/누가 먼저 간 너희 죽음앞에 고개숙여 속죄할 수 있으랴/중략/부끄러운 어른들의 욕망이 저만 잘 살자는 이기주의가 /부끄러운 어른들의 무책임이, 방종이/ 부서지고 무너진 너희의 영혼앞에 어찌 고개 숙일수 있으랴/ 아이야, 용서하렴/ 눈물로 용서하렴」
이 글은 5월 1일 오전 영남중학교에서 이번 지하철 가스폭발로 사망한 학생들을 마지막 떠나보내면서 시인이자 영남고 교사인 윤희수 선생이「아이야, 용서하렴 눈물로 용서하렴」제하의 조시(弔時) 일부분이다.
영남중학교는 4월 28일 대참사로 총 1백명의 사망자와 병원입원중인 부상자 1백 17명 가운데 사망자 43명(교사 1명, 학생 42명), 부상자23명(교사 1명, 학생22명) 등 한꺼번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이다.
대구의 이번 지하가스폭발 참사는 이미 1~2년전부터 예고돼온 인재(人災)였다. 92년부터 육상, 해상, 공중에서 대형사고가 이어지면서 이제 지하에서 머지않아 큰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와 예측이 정중한 것이다.
이번 참사가 이 시점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여러가지가 지적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고질적인 병폐인 부실공사와 감독관청의 무사안일 거기다가 6월의 지자체선거를 앞두고 끝없는 정치입씨름과 행정의 공백이 화를 자초할 수 밖에 없었다.
수백명의 무고한 인명이 살상되고 수백억원의 국가재산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참사를 예견하면서도 대처하지 못한것은 한마디로 행정부의 무책임과 무능력 그리고 업자들의 돈벌기에 무디어진 양심탓으로 돌릴수 밖에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어른들의 욕망과 이기주의 와 무책임과 방종이 피워보지도 못한 그 많은 꽃망울들을 진흙탕속에 짓밟아 버리고 만것이다.
지하에 상ㆍ하 수도, 전기, 전화, 가스 등을 수없이 묻어놓고도 제대로 된 지하매설도(圖)하나 없는 현실, 대형참사를 빚고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기막힌 현실, 그리고 오늘도 언제 어디서 또 다시 어떤 불행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은 이제 우리들 스스로가 부실공사의 감시자가 되고 고발자가 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각종 민간단체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피해자 구호와 헌혈ㆍ헌금 등에 적극 동참해 준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희망이 살아있고 사랑이 메마르지 않았음을 보여준 불행중의 쾌거였다.
사고 인근 상인동본당 신자들과 교구 사회복지회원들이 사흘밤낮을 아낌없이 봉사하며 헌혈에도 동참한 모습이나 몇몇 본당들이 즉각 모인운동에 나선 것은 모범이 아닐수 없다. 이같은 모범이 전국 모든 교회공동체에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무고하게 희생된 1백명의 영혼과 수많은 부상자 그리고 큰 아픔을 겪고 잇는 가족들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자비를 간청드린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