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는 무수한 파문이 생기고 마지막 한가운데 점 속으로 사라지면서 14세때 이름모를 병으로 도립병원에서 보았던 그 넓은 대지의 그 모습대로 수도복을 입은 내가 서 있지 않겠습니까? 두 번씩이나 나의 길을 보여주었지만 아직도 귀는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귀머거리에 장님이었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제일 먼저 한말이 꿈 이야기였습니다.
「참, 이상해요. 내가 왜 수도복을 입고 있을까? 옛날에도 한번 그런 꿈을 꾸었는데......」
수도복은 수녀가 입는 옷이지 아무나 입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신태인본당의 이신부님은 형부와 친구지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때가 이르지 않았는지 나는 언니의 말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크게 소리쳤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하셨다. 그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에 「그들의 몸이 깨끗해졌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기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예수께 돌아와 그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이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루가 17,13~17).
그렇습니다.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외치며 치유를 받았건만 나는 아직도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온 「한 사람」은 아니었고 오히려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고 물으신 「아홉 사람」 쪽에서 아직도 하느님을 진정으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빛에로의 여정이 이렇게 더딘 나의 작업일 줄이야! ···.
정말로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어린 날 그토록 간구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건만 고침을 받은 후엔 신의 은총이었노라고 절실히 깨닫지 못한 미련한 자였습니다.
새로운 만남과 빛
발령을 받아 죽산학교에 부임했습니다.
젊음에 대한 꿈, 커 보겠다는 세속에 대한 욕망은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처럼 감미롭게 교단의 출발을 부풀게 했습니다.
「어린이와 한평생 즐겁게 살아야지」
쌍봉리와 죽산을 연결하는 강에 밧줄로 매단 배 한 척이 놓여 있었습니다.
통학하는 배라 7,8명이 모여야 줄을 당겨 건너편 언덕에 도착하는 통학로였습니다. 책보를 등에 묶고 신나게 달려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노라면 비릿한 물 내음이 물씬 코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배가 건너편 언덕에 닫기도 전에 토끼처럼 팔짝 뛰어 어느새 저만치 망아지처럼 달려가는 아이들의 걸음을 따라갈 수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며 학교에 도착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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