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만연한 계절에 주변은 나날이 새롭게 변해간다. 곳곳에서의 봄맞이 치장은 거리를 화려하고 상큼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덕에 우리네 마음도 가볍고 밝아져 새로운 의욕도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중 「선택! 토요일이 좋다」가 있다. 이 프로에는 특히 무료로 집 고쳐주기 코너가 있어 보는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 마치 사랑의 마술사를 지켜보는 것 같다. 삶의 질과 행복의 순도를 높여주는 듯한 모습이 비록 단편적일지는 몰라도 우린 어느새 환경이 일의 능률과 행복감을 더해주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아직도 초라하고 낡은 건물들이 많이도 눈에 뜨인다. 특히 우리 마산교구의 종가집이랄수 있는 교구청건물은 너무도 삭막하고 낡은 모습이다. 놀랍게도 이곳이 사랑의 요람이라는 점이 더 안타깝게 한다.
나에게 요술지팡이가 있다면 우리 교구의 집을 멋지게 꾸미고 싶다. 아쉽게도 나는 마술사가 아니기에 「선택! 토요일이 좋다」에 투고할까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남에게 청함은 부끄러운 일인 듯 하다.
우리는 5월 가정의 달이 오면 부모님께 감사의 표시로 선물에다 음식에다 꽃다발을 가득 안겨드려 잠시 감사를 표하는데 익숙하다. 신자들도 우리들의 사랑과 평화를 위해 우리들의 영적 아버지인 신부님께 멋진 선물을 한다. 그때뿐일지 모르지만 비싼 양주에 음식에 용돈까지 챙겨 드린다.
그러나 신부님들은 받은 선물이며 용돈을 아껴 하느님 사업에 사용하신다. 우리네 부모님들이 궁색한 모습으로 사시길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이분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며 당신들이 소모하지 못하고 사랑의 힘을 듬뿍 얻을 수 있는 선물을 해드리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우리 신자들의 종가집 이랄 수 있는 교구청을 멋지게 꾸며 드리면 어떨까? 낡은 건물을 다시 지어 드리기엔 우리의 형편이 어려우니 건물에 페인트 칠이라도 하고 입구도 산뜻하게 꾸미고 방마다 색상도 바꾸고 멋진 실내장식도 해드린다면 어떨까? 우리들이 천사가 되어 사랑을 베푸는 멋진 일을 해본다면···.
신부님들이 (부모님처럼) 그 돈이면 가난한자 몇 명을 구할 수 있다고 또다시 궁색한 제안을 하시면 우리가 부모님께 그러듯 모르는 척 밀어붙이고 한마디 이야기 드리자. 「주기만 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사랑을 받을 줄도 알아야 더 크게 줄 수 있다고」.
우리, 작은 정성을 한데 모아 이번에 한번 큰 효도를 해보면 어떨까? 그 동안 못한 효도를 한 셈치고. 우리들도 사랑을 가지고 있음을 모두에게 보여주자. 당신들 (성직자) 만이 힘겨운 수고의 짐을 지고 계시지 않음을 느끼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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