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꽃, 족도리풀, 둥글레, 할미꽃, 은방울꽃 이름을 불러보면 어쩜 꽃과 이름이 그렇게 닮아있는지 모른다.
「한국자생식물전시회」에서는 처음보는 꽃도 많았지만 들과 산에는 그냥 들꽃이나 풀꽃으로 이름을 얻지 못한 꽃이거나, 이름따로 모습따로 알고있는 꽃들이 대개의 「우리의 꽃」들이 아닌가 싶다. 우리 꽃은 바위틈에서, 축축한 땅에서, 또 어느 꽃은 둥글고 환한 언덕빼기를 점령하고 무리지어 핀다. 제자리를 알고 피는 것 같아서 안쓰럽고 또 어여쁘다. 바로 이웃한 건물에서 향내 드높게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팔려나가기를 원하는 꽃속에 조촐하고 부끄럼 많은 우리 꽃을 끼어 앉게 하여 어여쁨을 겨뤄 보라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낯선 꽃이거나, 촌스런 꽃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도심의 꽃밭에 심어진 화사한 꽃을 보면서 저 자리엔 보라빛 앵초꽃이 가득 심어져 있어도 얼마나 보기 좋을까, 공원 한곳에 금강초롱꽃이 피어있으면 누구나 반가워 하리라는 생각은 나혼자의 것일까?
지난 휴일에 아이들이랑 야외에 나갔다가 꽃방석을 깔아 놓은듯한 제비꽃이 가득한 언덕을 만났다.
『이게 무슨 꽃이야?』
『으응 제비꽃!』
이 아이들이 제비를 기억할까? 그렇다면 제비꽃이란 이름의 꽃을 기억해 낼까? 가족들이 즐겁게 보낸 봄의 어느날을 잊지 않는다면 제비꽃도 분명히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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