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을 넘으면 세상이 제대로 보인단다. 황당한 기대도 굴절도 없이 숨가쁘게 마흔 고개를 오르다 보니 마치 시간을 곤두박질 치듯 내리막길로 한달음, 제동도 걸리지 않은 속력에 현기증이 나서 잠시 쉬려는데 어느새 쉰이라!
세월이 지나면 몇십년 울궈 먹었던 지식과 지혜들이 보석처럼 빛나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세월의 두꺼운 이끼로 퇴색되어 버려 그나마 살아가는데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던 그 짧은 지식마저도 어느 순간 하얗게 바래지는 이 아찔한 순간들…
내가 벌써! 하면서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의 미끄럼틀에 앉아 속도감에 취해 지내기에는 너무 귀한 시간들이 아닐수 없다.
가족들을 돌보며 아이들의 키와 지혜가 자라나는 것만 만족해하고 대견해 하는 사이 반비례로 나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류에 대책없이 떠밀려 가족과의 대화를 고삐를 놓쳐 소외감을 느끼며 푸념만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자성이 날 긴장시키게 만들었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마구잡이로 책을 읽어대면서도 내 갈증을 채워지지 않아 안달하는 내모습에 남편과 아이들은 오히려 건강과 시력을 염려해준다.
「뜻이 있는곳에 길이있다」고 교구에서 개설한 카운슬러 강좌며 종교음악 연구소에서의 배움의 기쁨을 누렸고 더 깊이 있는 학문으로 도약하고 싶은 나에게 신앙학교의 체계적 신학공부는 참으로 커다란 행복 그 자체였다. 지식 요구도 일종의 욕심이련만 지나침이 없고 만족함이 없는것이 또한 학문의 길이 아닐런지! 신앙의 연륜이 나이테만 세어가면서 그곳에 안주하고 있는 동안에 오히려 그분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그분께 가까이 가려는 많은 이웃들에게 내 나태한 모습이 걸림돌이 되어버린 두려움을 깨우침으로 일깨워주게 하였다.
유치한 상태로 남아있는 믿음은 학문이나 인간적 발전앞에서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종교적 교양을 인간적 교양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성을 강조한 교수님의 뜻에 공감하면서 학기를 거듭할수록 더해가는 무게만큼 그 깊이 또한 오묘하고 심오하다.
그동안 내 짧은 지식으로 신앙의 오류와 편견을 침묵과 겸손으로 변화시켜 주시고 찬미와 감사로 내 빈그릇을 채워주시는 은총에 매번 감사해하고 행복해 한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정보를 지식으로 착각하는 교만을 바로잡기 위해서 우리 역사와 선조들의 얼과 삶의 모습에서 바른 철학과 선지식들을 책속에서 만나고 배우면서 진한 감동과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사건들이다.
E. H. 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며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보고 또한 미래를 전망한다』고 했다.
우리가 만나는 좋은 책들속에서 직ㆍ간접적인 체험들을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시켜 내가족과 이웃들에게 나눠가지면서 복음의 길잡이가 될 작은 진리의 방울소리로 울려나갈 것을 믿는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의 보석들을 닦아내는 작업이 만족스럽지 못할지라도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그분은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의 은총을 덤으로 듬뿍 주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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