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의 임상경험과 관련연구를 종합해 보면 아동과 청소년의 심각한 정서ㆍ행동장애는 학교교육, 유아원 교육, 가정교육 등 지식교육의 부족이 아니라 지식 이전의 더 기본적이고 중요한 양육의 문제에서 오며 우리나라는 지금 무엇보다도 자녀양육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양육이란 주로 나서부터 3세까지(유아기) 부모들이 자녀들의 성장발달을 위해 해주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의 자녀양육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은 다음의 몇가지 관찰에 근거를 둔 것이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의 젊은 부분은 자식을 가질 것이냐 안가질 것이냐의 선택부터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연간 1백만~1백50만회 불법 인공유산이 행해지고 있는데 이는 1994년도 출산아동 72만명의 1.5~2배 되는 숫자이다. 피임방법이 많이 개발되고 선전되었어도 원하지 않는 임신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며 우리나라 산아조절이 주로 피임 보아 인공유산에 의함을 알 수 있다.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통계는 1993년도 출산아의 남녀성비는 115:100인데 첫아이는 107:100, 둘째아이는 114:100, 셋째는 205:100, 넷째는 253:100으로 인공유산이 선택적으로 행해짐을 알 수 있다.
태어난 아기라고 다 원하고 환영 받는 아이가 아님은 연간 1만3천명의 어린이가 버려진다는 정부 공식통계를 보아도 알수있다. 시설아동의 80% 이상이 부모가 있는 아이들 이라고 한다. 소년 가장의 상당수도 부모의 가출 때문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이혼이 급증하면서 자식의 양육을 서로 하려고 싸우기 보다 서로 떠맡지 않으려고 싸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러한 통계와 임상관찰은 우리나라의 젊은 부모들이 우선 자식 갖기를 싫어하거나 출산을 해도 그들을 맡아 기르겠다는 의지와 결여되었음을 얘기 해 준다. 이야말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생의 시작에서부터 환영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성장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 질리가 없다. 원하지 않은 아이는 불행과 문제를 갖고 태어 났다고 할수있다.
둘째, 자식을 갖기로 마음먹고 자식을 낳는 많은 젊은 엄마는 자식을 실제 어떻게 기를 것인가를 몰라 당황 하거나 이사람 저사람의 엇갈린 조언으로 혼돈만이 가중된다. 기본적인 수유, 수면, 목욕 등 뿐만이나라 아기가 울면 어떻게 하고 어떻게 돌보아줄 것인지를 몰라 쩔쩔매는 엄마가 많아 지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과연 그들이 애기를 낳고 기르는데 대한 교육을 학교에서 라도 받은적이 있는가? 핵가족에서 자란 그들이 자신의 엄마가 낳고 기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질문해 보면 곧 알수있다. 대중매체에서 전문가들도 교육을 어떻게 할까는 말해주어도 나서부터 2, 3세까지 양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묵묵 부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육이 즐거움이 아니고 스트레스와 좌절이 되며 이로인해 아동학대와 방임이 일어난다. 학살 이하의 애기가 자기 말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때리며 외출할 땐 TV 켜고 문 잠그고 나간다. 애기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편의와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야말로 양육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셋째, 우리나라도 이제 40%의 어머니가 직장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더욱 증가하여 50%이상이 될 것이다. 즉각적 의문은 어머니가 일하는 동안 누가 애기를 돌보는가 이다. 요즈음은 조부모도 기꺼이 손자손녀를 돌보려 하지 않는다. 가정부? 구하기도 어렵고 자신의 월급보다 더 주어야 한다. 양질의 탁아소는 충분한가? 천만에요다. 직장탁아소? 이제야 시작이다.
남녀평등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은, 여성이『자식이나 기르고 집에서 썩는다』는 것은 너무나 혐오스러운 일이고 자신도 자아실현을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꼭 가져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일으키고 있고 정작 자식의, 한 인간의 일생을 좌우할 양육은 방임 내지 적당히 함으로써 인생 역정의 최초이며 초대의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
위기의 원인을 여기서 논하기에는 너무 복합적이다. 대표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핵가족화, 부부중심 가족체계, 자녀수의 격감등 사회구조의 변화와 개인주의, 성취 지향적 자본주의 등 가치관의 변화 전통육아방식을 무시한 갖가지 전문가의 엇갈린『자녀교육』방법등을 들수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써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나 전문가, 위정자가 자녀양육의 위기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일이다. 둘째, 대중매체를 통해 양육에 대한 인식과 대중교육이 비중을 두어 실시되어야 하며, 특히 중ㆍ고등학교 때 성교육과 함께 아동의 임신, 출산, 양육, 훈육 심리발달과 부모역할이 체계적으로, 필수과목으로 가르쳐져야 할 것이다. 셋째, 여성이 직장을 가졌을 때 자녀 출산은 신중을 기하고 출산 휴직을 신중히 고려하거나 계속 일하는 경우 적절한 대리양육 방안이 마련되도록 하여야 한다. 여기에 민간단체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수적이다. 최근 공동육아, 직장 탁아소 등 새로운 형태의 육아방법이 개발되고 있는데 양질의 탁아소가 전문가와 종교단체의 집중사업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자녀는 우리의 미래다. 그들이 튼튼한 성격의 기초를 이루고 원만하고, 신뢰에 찬 대인관계의 원형을 경험하여 기본적 자아의식과 남에 대한 공감력을 갖도록 하기위해서 부모는 생의 초기에 올바른 양육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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