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드의 성모님이나 파티마의 성모님, 매일 만나는 우리집 성모님의 모습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그 분의 어깨이다.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신 모습, 두 손 모으시고 높은 곳을 응시하는 모습, 우리를 바라보는 그윽하신 모습에서도 그분의 어깨는 부드럽고 가냘프기만 하다. 그러나 누구도 겨눌 수 없는 완강하고 당당함은 그 분만의 것이기도 하다.
나는 사람의 신체부위 중에 어깨를 좋아한다. 또 사람의 어깨같이 정직한 곳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의 풀이 죽은 외로운 어깨 때문에, 혹은 당차고 욕심찬 어깨 때문에 나의 마음이 변화될 수 있는 경우, 어깨가 대신했던 말에 대해 경험한 일은 없었는지?
어깨에 걸린 핸드백, 어깨에서 빛나는 계급장, 아이를 목말태운 아버지의 어깨, 고백소에 계신 신부님이 어깨에 두른 영대,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내가 어깨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 기대일 곳을 찾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군가의 어깨를 누르는 내 체중보다 몇배 무거운 짐이 될지도 몰라」. 그런 뉘우침으로 내 어깨는 주저 앉는다.
이런 모습을 보시고 성모님은 내게 손을 내밀어주시고 토닥거려 주실 것이다.
이 세상의 외롭고 고달프고 또 기쁨에 찬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일 성모님의 어깨를 본다. 이 5월의 성모님의 어깨를 더 무겁고 힘들게 하는 달이 아니기를 기도하고 싶어졌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